학교에서 5월은 가장 행사가 많고 바쁜 달이다. 여러 가지 행사를 통해서 의미를 되새겨 보기도 하고 또 즐겁고 재미있는 일들로 가득 찬 풍성한 달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얼굴에는 그 어느 때보다 웃음꽃이 핀다. 남녀 공학인 학교라 그런지 아이들의 풋사랑 냄새가 나기도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 가족이 아닌 이성에 대한 사랑을 처음으로 느끼는 아이들이 경험했을 그 사랑의 신비로움을 살짝 훔쳐보며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부럽기도 하다. 입시에 대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고3의 교실도 웃음과 낭만이 넘쳐나기도 한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참 힘들다고 하신다. 아이들의 모습에서 생기와 활력을 느끼긴 하지만 생활지도가 어렵고 면학 분위기가 잘 살아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하신다. 자칫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몇 년 동안의 교직생활에서 이러한 걱정은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다.
5월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계절인 만큼이나 자신을 절제하기 어려운 달이다. 특히 입시에 억눌린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다. 5월 들어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기대감에 지겨운 하루의 학교생활을 견디던 아이들이 이제 며칠 남지 않은 달력을 쳐다보며 이제 무슨 재미로 학교에 오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5월을 보내며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의 기대와 즐거움을 되찾아 줄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공부만 강조되고 있는 학교생활의 지루함을 어른들은 가끔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공부 외에도 하고 싶은 게 많은 것이 아이들인데 어른들은 그걸 잠시 유보하라고만 하는 것이 별 설득력이 없다는 걸 학교에서 보면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성인군자도 아닐 바에야 공부 외 다른 일을 절제하기를 바라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5월을 보내며, 앞으로 다가올 지루하고 힘든 시간들을 새로운 각오와 의지로 슬기롭게 보낼 수 있도록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어른들이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