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이 '교원평가'에 찬성하는 이유는 촌지 수수, 비리, 성폭력 등의 부적격교원을 교단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는 기대, 교사들의 안일함을 견제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학교와 대등한 관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들고 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이를 넘어서 교육개혁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까지 내비치며 찬성한다.
전교조를 비롯한 다른 교원단체들은 '교육부의 교원평가안'은 신자유주의 정책 중 교원구조조정의 하나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 공교육의 부실이나 공교육의 위기가 교육정책과 제도에 많은 부분이 기인함에도 불구하고 교사들 개개인에게 전적인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며 반발한다.
다시 한번 곰곰이 들여다보자. 교사들이 반발하는 것이 '교원평가' 그 자체일까? 아니면 '교육부의 교원평가안'일까? 학부모가 찬성하는 것이 '교원평가'일까? 아니면 '교육부의 교원평가안'일까?
교육부의 교원평가안은 그 목표로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하고 있다. 그 방법으로 동료평가, 관리자에 의한 평가, 자기평가, 학부모의 평가, 학생의 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평가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교원평가안이다. 동료나 관리자에 의한 평가는 각 항목에 대한 '매우 잘함ㆍ잘함ㆍ보통ㆍ미흡' 등 4단계의 평정으로 이뤄지고, 학부모와 학생의 평가는 '예ㆍ아니오' 2단계 평정으로 이뤄지도록 한다고 한다. 과연 이러한 체크리스트 평가 방식이 교원의 교육의 전모를 드러내게 할 수 있을까? 우선 여기에서 학부모 단체, 교육시민단체, 교원단체는 모두 반발하고 있다. 올바른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인간의 교육 행위를 체크리스트의 방식으로는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이다. 수업에 대한 이러한 평가를 진행하다 보면 이미 시행한 영국과 같이 성적 부풀리기와 조작이 만연하게 될 것이기에 오히려 교육 파탄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다.
학부모 단체는 부적격 교사, 사실은 범법자인 교사들을 퇴출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퇴출되기를 더욱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은 오히려 교사들이다. 그런데 매번 사건을 빈번히 일으킨 이들을 감싸고 있는 것은 교육당국이지 않았던가하는 억울함이 교사들에게 있다. 사립학교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비리를 감싸는 이는 교육당국이었다. 학생들 돈을 떼먹은 이사장이 적발되어도 돈을 도로 내놓으면 없던 일로 해주고, 3년 자숙하면 다시 재단에 복귀하도록 해준 이는 교사들이 아니라 교육당국이었다. 성폭력 또는 추행을 저지른 교사를 당연히 중징계하여야 함에도 전보발령으로 때운 것은 교육당국이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학부모 단체가 지적하는 부적격 교원의 퇴출이라면 반발할 교원단체가 어디 있겠는가.
몇 가지 사실만으로도 분명한 것은 학부모나 교육시민단체, 교원단체의 주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교원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교육부가 추진하는 '교원평가안'은 명백하게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얘기를 해본다면 여론의 80% 찬성은 교원평가에 대한 찬성이기보다는 우리의 공교육이 정상화되어지고 실질적인 주체들에 의해 실질적인 민주화를 소망하는 여론인 것이지, 교육부의 교원평가안을 지지하는 여론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최근 서울에서 학부모 단체와 흥사단을 비롯한 교육시민단체, 전교조 대표들이 모여 교원평가안에 대한 대담을 가졌다 한다. 단체들 사이에 약간의 이견은 존재하였으나 일치하는 목소리는 '교육부의 교원평가안은 교육을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파탄을 가져올 것이다'라는 점과 '교육개혁은 교원평가 한 부분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학부모ㆍ학생ㆍ교사단체의 법제화,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한 교장선출보직제 등의 종합적인 교육개혁조치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일치하였다 한다.
연암 박지원이 요동벌을 보고 '울어볼만하다'고 했다고 한다. 울음은 꼭 슬퍼서만 우는 것이 아니라 전제하며,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는 너른 벌판을 바라보며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기개가 너무도 넘쳐난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나는 지금이 '울어볼만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직은 교원평가에 대한 부분으로 한정된 관심의 표현이기는 하지만 언제 우리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들 진학문제가 아닌 교육의 문제를 이토록 진지하게 열성적으로 관심을 보인 적이 있었던가 말이다. 지금이야말로 학부모, 학생, 교사들이 우리나라 공교육의 전방위적인 문제들을 거론하며 우리 교육의 일대 쇄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그러니 어찌 '울어볼만하디'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