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 <아웃사이더>와 그 출판사가 문 닫았다는 얘기 들었어요?"
"출판사 개마고원의 <인물과 사상>처럼 아웃사이더사도 어쩔 수 없었나 보군요."
대답은 별스럽지 않다는 듯 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하긴 많이 팔릴 때 고작 만 부 남짓 발행되던 매체였긴 하다. 하지만, 그 두 잡지에 실린 담론들이 지식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는 이들에게, 그들의 종간은 군소 출판사들이 무수히 쓰러지는 저간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그저께는 <한겨레> 문학담당 기자였고 지금은 한국일보에 ‘시인공화국 풍경들’이란 빼어난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또 다른 지인이, "민음사에서 김종삼, 박재삼, 박용래의 시집을 더 이상 찍어내지 않는 걸 아느냐"며 개탄했다. 그의 말마따나 "그 시인들을 문학적 이유로 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들의 시집이 절판된 건 그들이 더 이상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연매출 300억에 달하는 대형 출판사마저 한국 문단의 주옥같은 시집들을 독자들이 외면한다며 절판하고야 만 건 문화적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어제는 학급 아이들에게 주말에 하도록 내어준 ‘시(詩) 선택’이란 과제를 했는지 확인해 보았다. KBS의 교양 프로그램 하나에서 이름을 빌려 가칭 ‘낭독의 발견’이란 학급 행사를 갖기로 한 것이다. 담임과 반 아이들이 애송시 하나씩을 배경음악에 맞추어 낭독하고 그 모습을 비디오카메라로 녹화하기로 한 것, 얼마나 근사한가. 그런데 몇몇 아이들은 자기 시를 정하지 못하였단다. 그들이 과제를 하지 못한 이유는 놀랍게도 "주말에 인터넷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란다. 책장을 넘기며 가슴으로 읽어야 할 시마저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찾아야 되는 줄 아는 아이들, 그들의 잘못인가 우리 교육의 문제인가?
가장 큰 위기는, 의미 있는 책들의 종간도 문학 서적의 절판도 담임이 내어준 주말 과제를 하지 못한 아이들에게도 있지 않다. 문제는 정보와 지식의 범람 속에서도 진정한 교양과 감수성이 평범한 소시민들에게서 사라져 가는 데 있다. ----------------------------------------------------------------------------------------------------------------------------------------- 이번 주부터 개운중학교 박민영 교사의 [박민영의 세상 엿보기]를 신설했다. 원고청탁에 쾌히 응해 준 필자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의 건필을 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