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집권적 문화 탈피가 관건
지역혁신과 시민참여가 희망 1995년 지방자치가 새롭게 부활했다. 이승만 정부 시절 시행되었다가 박정희 군사독재정부의 탄생으로 막을 내린지 30년만의 부활이었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과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내걸고 지방자치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 어느새 10년.
복지정책, 주민참여정책 등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 주민밀착형 행정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중앙권력이 '제왕적 단체장'과 '자질부족의 의원'으로 대표되는 지방토호세력에 넘어갔을 뿐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지방자치 10년의 세월을 되짚어보면서 양산 지방자치의 현주소와 성공적인 지방자치를 위한 과제를 함께 진단해보기로 한다.
◇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자질부족
"XX야 너 죽고 싶어.", "니가 공무원이야? 조용히 있어 XX야"
지난 5월 28일 KBS에서 지방자치 10년을 맞아 특별기획한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보여준 모 군수가 공무원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모습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제의 우울한 현주소이다.
단체장이 인사권이라는 막강한 무기를 가지고 공무원 위에 군림해 승진심사 때 뇌물 수수는 물론, 각종 사업에 관여해 금품을 수수하는 일이 예사로 생기고 있다.
행자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뇌물수수, 선거법 위반 등 각종 범법행위로 검찰에 기소된 단체장은 142명에 이른다.
지방의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998년 7월부터 2002년 6월까지 사법처리 된 지방의원은 모두 224명에 달한다. 양산의 경우 전직 시장 2명이 모두 비리혐의로 구속돼 결국 보궐선거를 치러야 했다.
기본적인 도덕성 결여도 문제지만 지방의원들의 '전문성 부족'은 정책을 생산하고 행정부를 감시ㆍ견제해야할 지방의원들의 자질에 대한 심각한 문제로 손꼽힌다.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거나 호통으로 일관하는 미숙하고 권위주의적인 시정 운영, 선거를 의식한 소지역이기주의는 지방의회의 필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회의를 낳고 있다.
양산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조례 및 예산심의 등을 위해 열리는 특별위원회에서 보이는 의원들의 모습은 '자질부족'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일부 의원들은 문제의 핵심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시간을 소비하는가 하면, 심할 경우 인신공격까지 일삼고 있다.
◇ 지방분권시대, 지역은 없다
현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제도는 정당과 지자체간 정책협의를 통한 정당정치 및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실정치에서 드러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정당공천을 둘러싼 분열, 공천헌금, 인사청탁, 정책간섭 등은 물론이고 지역별로 특정정당이 단체장은 물론 지방의회까지 독식함으로써 지방정부를 감시ㆍ견제해야할 지방의회가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지역 살림을 책임질 수장을 뽑는 지방선거가 중앙정치권의 각축장으로 변해버린 모습은 중앙정치에 매인 지역정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한편, 지방자치의 재정 문제는 법적, 제도적 보완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된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방정부의 재정 수입 자체 충당정도를 표시하는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2005년 전국 평균은 56.2%로 5년 전 20% 내외의 열악한 상황에서 상당히 발전하였다. 양산시의 경우 재정자립도는 46.9%로 전국 평균 56.2%를 밑돌지만 경남지역에서는 창원(67.7%), 김해(47.7%)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 기초단체의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수도권과 광역시 주변 공업도시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20%내외의 열악한 재정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앙의존적 지방재정구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세의 지방세 전환,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사업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 및 지역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이 마련되어 지방자치의 재정적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일이 시급하다.
◇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의 희망은 계속된다
참여정부는 '지방자치'와 '정부혁신'이라는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해 <지방분권특별법>과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여 지방분권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지방자치 성공을 위한 모범사례도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진주의 바이오21센터, 남해의 스포츠파크 등과 같이 성공적인 지역혁신 사례는 여러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유명하다.
실질적인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주민소환제', '주민참여예산제' 등과 같은 제도적 보완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천이라는 지방자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소중한 결실이다.
지방자치 10년, 크고 작은 문제점 가운데에서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천에 대한 희망을 주는 소중한 씨앗들이 자라고 있다.
이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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