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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사회

[교단일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6/02 00:00 수정 2005.06.02 00:00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답안지의 필적확인란은 다음과 같다.

※ 아래 빈칸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문구를 정자로 기록합니다.

올해 수능시험에서 달라진 점으로 답안지에 '필체확인란'이 있다기에 어떤 것인가 궁금했는데, 시험 감독을 하면서 답안지를 보니 그 난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는 문구를 기록하라고 되어 있다. 순간, '우와, 기발하다'라고 감탄을 했다. 아마도 매시간 답안지에 이 문구를 기록하면서 학생들은 이 난을 만든 취지를 알고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거나, 아니면 이 구절의 본래적 의미인 순수한 삶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학생들의 반응이 몹시도 궁금하다.

그러나 '얼마나 시험에 부정행위가 만연했으면 답안지에 이런 문구까지 기록해서 필체를 확인하도록 해야 하는가'하고 생각하니 개운치가 않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교육의 장에서 변할 수 없는 것은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도록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학교에서도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일보다는 남보다 얼마나 점수를 더 잘 받는가 하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가끔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보고 지적을 하면 그 아이의 반응은 이렇다.

“아니, 다른 아이들도 다 그러는데 왜 저만 그러십니까?”

이런 말을 듣게 되면 더 이상 그 아이에게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깨우쳐 바르게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이들에게서 느끼는 도덕성의 기준은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상대적 기준임을 알 수 있다. 도덕성이란 자신의 사고와 행동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이지 그것이 주변의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장 순수해야 할 교육의 장에서마저 부정직한 행동이 일어나는 것을 아이들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어른들의 책임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쏟아지는 신문, 방송의 뉴스에서는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소식보다는 그렇지 않은 소식이 더 많은 것 같다.

아이들이 보고 듣는 것이 이럴진대 거기에서 받는 영향이라야 부정적일 수밖에 없음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어른들이 어떤 경우에도 변하지 않는 올바른 도덕적 기준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실천을 보인다면 교육의 장에서도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서 도덕적 기준이 흔들릴 수는 없을 것이다.

유치원 아이들은 길을 건널 때 꼭 파란 불임을 확인하고 손을 들고 건넌다. 왜 손을 들고 건너도록 배웠을까를 생각한 적이 있다. 혹시 교통신호를 위반하고 빠르게 차를 운전하는 어른이 있어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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