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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사설] 장지연의 일그러진 모습에서 교훈을 얻자..
사회

[사설] 장지연의 일그러진 모습에서 교훈을 얻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6/09 00:00 수정 2005.06.09 00:00

온 세상이 '항일 언론인'으로만 알아왔던 장지연의 친일행적이 불거져 논란을 빚고 있다. 그동안 학계와 언론ㆍ시민 단체가 그의 행적에 대한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었다.

그러자 더러는 존경 받아온 언론인에 대한 흠집내기라는 식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던 차에 최근 민족문제연구소가 일제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 1916년 12월 10일치에 실린 장지연의 한시 '환영 하세가와 총독'과 그 이듬해 있었던 순종과 일왕의 만남을 두고 같은 신문에 '일본과 조선의 융화'라는 글을 쓴 것을 공개해 '설마' 했던 이들의 마음을 심란케 하고 있다. 

다 알다시피 장지연은 1905년의 을사늑약에 분개해 <황성신문>에 '시일야 방성대곡'(이날에 목놓아 통곡하노라)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그를 두고 세상은 지금껏 '대쪽 언론인'이라고 추앙해 왔다. 또 언론인들은 그를 영원한 사표로 삼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시일야 방성대곡'은 한국 언론사에 길이 남을 명논설로 치부돼 각종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달의 문화인물' '이달의 독립운동가' 등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의 이름을 건 상이 만들어 지기도 했다.

한때 곧은길을 걸었던 인물들의 일그러진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우울한 일이다.

잠시 애국하기는 쉬워도 그 초심을 영원히 간직하는 일은 그리도 어려운가 싶어 비애감에 젖어들기도 한다. 

이는 알려진 사실만 무턱대고 떠받들고 그 인물의 진정한 평가는 소홀히 한 우리들의 역사의식 부족이 빚어낸 산물이다.

그러기에 뜻있는 이들이 그토록 '역사 바로 세우기'를 부르짖었던가 싶다. 그래도 여전히 과거를 붙들고 지난 일은 한사코 덮어두자는 사람들이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 참에 정부와 학계는 뼈를 깎는 마음으로 그릇된 과거사를 바로잡고 역사의 베일 속에 숨겨져 있는 거짓들을 들추어내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사회정의를 확립한다는 차원에서 과거 기록의 잘못된 점을 찾아 고쳐야 한다. 그릇되게 평가되고 있는 또 다른 인물은 없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어디 친일뿐이랴.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민족을 배반하고 나라를 팔아먹은 자들이 행세를 해 왔던 것이 우리의 슬픈 역사가 아니던가. 그러므로 이런 지난 일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 져야 한다. 

그래야 더는 검은 것을 흰 것인 양 알고 지내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을 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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