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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인터뷰] 모든 사람과 교감하고 싶어요!..
사회

[인터뷰] 모든 사람과 교감하고 싶어요!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6/09 00:00 수정 2005.06.09 00:00
석문의 안무가 이지은과 만나다

사람들은 무용을 전공한 무용수에게 왠지 모를 우아함과 범접할 수 없는 신비감을 기대하게 된다. 나 역시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 곧 만나게 될 무용수에 관한 우아함과 신비감에 대해 나름대로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환한 웃음으로 기자에게 화답하는 그녀, 그녀에게 처음 느낀 것은 의외로 편안함이었다.

긴 생머리 앳된 얼굴의 소유자, 그것이 이지은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그녀를 11년 전에 만났다면 범접할 수 없는 신비감과 우아함을 느끼고도 남았으리라.

'결혼을 했냐'고 묻자 '11살짜리 애가 있다. 정말 그렇게 어려 보이냐'며 도리어 놀라며 반문한다.

아마도 그녀의 젊음과 편안함은 삶의 여유에서 묻어나오는 향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석문(石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역사적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양산의 옛 이름인 삽량, 이 곳 삽량주에는 충절과 망부석으로 역사 속에 잘 알려진 '박제상공'이 있었다. 양산 상북면에서 태어나 신라 17대 내물왕 때부터 19개 눌지왕 때까지 활동한 충신 중의 충신이다.

충신 박제상의 부인은 남편을 너무나 사랑했고,  남편은 나랏일로 너무 바빠 집을 오랫동안 비울 수밖에 없었다. 나라를 너무 사랑한 남편, 남편을 너무나 사랑했던 박제상의 부인, 그 엇갈린(?) 사랑의 엔딩은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되어버린 망부석이란 비극으로 끝난다는 것이 슬픈 망부석이라는 전설의 마침표다.

하지만, '석문(石門)'은 돌이 되어 버린 박제상의 부인을 다시 불러내어 사람으로 만든 뒤 석문을 통해 다시 그녀를 부활시켰다. 그리고 남편과 보냈던 가장 행복한 시절로 그녀를 이끌어 달래는 그 출발점이 바로 석문(石門)인 것이다.

이러한 배경지식 위에 그녀와 함께 석문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나눠 보았다.
 

Q. 석문(石門)의 주된 내용은 끝없이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어버린 여인의 한, 즉 한마디로 꼬집어 말한다면 '기다림의 미학'이 아닐까 하는데요. 과연 현대인들에게 '기다림이라는 지루함(?)'이 통할 수 있을까요?

 A.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시대에서는 찾기 어려운 가치를 통해 '신선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다림이 지루하다니요?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박제상의 부인, 그녀에게는 못내 지루하고 지루하다 못해 처절한 인내였는지 모르겠지만 보는 우리로서는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Q. 본인에게는 기다림이 미칠 듯한 괴로움이었을 텐데 아름다움이라구요?

A. 지금이야 기다림 그 미학의 가치를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시절엔 핸드폰도 이메일도 없었겠죠? 인터넷뉴스를 통해 남편이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을 알 수도 없는 실정이고 누군가를 통해 전해 듣는 것이 전부였을 겁니다. 박제상이 일본에 볼모로 붙잡혀 있던 두 왕자를 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날 때도 자신의 사랑을 먼발치에서 훔쳐만 봐야 했던 그 기다림은 현대인이 볼 때는 아름다움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절제된 아름다움, 절제할 수 있다는 그것이 현대인의 관점에서 볼 때 얼마나 큰 교훈이 되고 미학이 되겠습니까?

Q. 양산이라는 문화의 불모지에서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A. 절대 양산을 문화의 불모지라고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배우고 할 수만 있다면 야외무대에서 모든 사람들과 교감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는 비전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서울 국립극단 야외무대에서 봤던 일화를 얘기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정한 시간이 되자 일제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들고 그 무대를 두고 자연스럽게 공연을 관람하고 즐거워하던 그 모습은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고.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녹아드는 문화공연의 터전이 양산에 자리 잡았으면 하는 것이 그녀의 무엇보다 큰 소망이자 비전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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