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이 이른바 미국의 명문 사립고인 '밀튼'에 합격했단다. 케네디 전 대통령과 <7막 8장>의 저자 홍정욱의 모교로 잘 알려진 초우트보다도 미국 현지에서는 한 수 위로 친다는 밀튼에. 졸업생의 절반 정도는 하버드, 예일 등의 아이비리그로 진학한다는 그 학교에.녀석은 나이 차가 좀 나는 외사촌 동생이다. 미국 대학에 교환 교수로 가 있던 외삼촌 탓에 그 애는 유년기를 미국에서 보냈다. 외삼촌이 귀국하면서 그 해 중학교 1학년이 되던 녀석도 한국에 돌아 왔다. 한국 학교를 다니던 시기, 녀석은 친척들 사이에 말썽꾼으로 통했다. 교과 과정이 다른 미국 학교에 다니다 왔으니 학과 성적이 나쁜 건 이해할만했지만, 친척 어른들이 봐줄 수 없었던 건 녀석의 반항기였다.무언가 불만에 가득 찬 듯한 눈빛, 손윗사람의 권위에 도전하는 듯한 말대꾸, 공손하지 않은 말투, 농구공을 들고 코트를 뛰어다닐 때만 행복한 듯 보이는 평상시의 무표정. 녀석은 '범생이' 계보를 이어 온, 위로 40대에서 아래로 10대에 이르는 긴 외사촌 남매들의 행렬 속에, 혼자 되바라진 이단아였고 아웃사이더였다. 결국, 한국 학교에 적응 못하는, 성적은 시원찮고 성격도 삐뚤어져 보이는 중학생은 다시 미국으로 '반품'되었다. 외숙모가 녀석을 데리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다. 그 후 3년이 지나 녀석은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바뀌어 나타났다. 6월에 시작되는 미국 학교 여름방학에 맞추어 한국에 들린 녀석은 유순하고 성실하기 짝이 없다. 3년 전 녀석이 한국 학교에 적응 못해 힘들어 할 때 그 애를 데리고 한 달간 생활한 적이 있던 나로선 눈을 의심케 하는 변화다."형이 예전에 알려준 이승환의 '덩크슛'이라는 노래 있잖아요. 그 노래 저 아직도 자주 들어요. 그리고 이제 덩크슛 할 수 있어요!"나에게는 꿈에 불과한 덩크슛을 녀석이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부럽기 짝이 없다. 덩크슛을 연습한 만큼이나 녀석은 공부도 열심히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녀석이 가진 잠재력과 재능을 아직도 한국 학교에선 충분히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녀석이 밀튼에 입학한 건 탁월한 운동 실력과 자기소개 에세이에 표현된 가능성에 힘입은 바 크다. 미국 최고의 학교에서 입학 허가를 받은 이 아이가 민사고나 대원외고 같은 소위 한국의 명문 사립학교에 합격 할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백조'가 되어 나타난 '미운 오리 새끼'는 교육에 있어 획일적인 기준과 잣대가 위험하다는 걸 상기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