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 / 안 돼요. 왜 이래요. 묻지 말아요. / 더 이상 내게 물으시면 안 돼요. / 오늘 처음 만난 당신이지만 내 사랑인 걸요. / 헤어지면 남이 되어 모른 척 하겠지만 / 좋아해요. 사랑해요. 거짓말처럼 당신을 사랑해요. / 소설 속의, 영화 속의 멋진 주인공은 아니지만 괜찮아요. / 말해 봐요. 당신 위해서라면 다 줄게요. <장윤정 노래 '어머나' 1절>
"다영이가 이런 노래를 불러도 되는 걸까?"
"왜?"
"가사 내용을 생각해 봐. 오늘 처음 만났는데 사랑해서 뭐든 다 주겠다고 하잖아. 게다가 (모든 것 다 주고 난 다음) 헤어지면 남이 되어 모른 척 하겠지만 이라고 하잖아."
"그냥 노랜데 뭐."
"그냥 노래지. 하지만 국민가요라고 할 정도로 많이 불리다 보면 알게 모르게 사람들 마음속에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야. 이 노래를 듣고 있다보면 그야말로 인스턴트 시대라는 것을 실감나게 해. 사랑도 그냥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는 캔 커피랑 하나도 다를 것이 없어. 남녀가 서로 만나 사랑을 나누는 게 그냥 즉흥적, 감성적 자극으로만 받아들이고 있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오랜 시간 가꾸고 키워나가는 사랑을 우습게 만드는 노래야."이에 견준다면 늘 가볍고 감각적이라 여기던 최영미의 '선운사에서'는 정말 무거운 만남과 헤어짐을, 헤어짐의 절실한 아픔을 그린 시이다.
꽃이 / 피는 건 힘들어도 / 지는 건 잠깐이더군 /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 님 한 번 생각해 볼 틈 없이 / 아주 잠깐이더군 // 그대가 처음 /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 잊는 것 또한 그렇게 / 순간이면 좋겠네 // 멀리서 웃는 그대여 / 산 넘어 가는 그대여 // 꽃이 / 지는 건 쉬워도 / 잊는 건 한참이더군 /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의 '선운사에서' 전문>
시에서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 마주대기다.꽃과 사랑을 마주대어 꽃의 피고 짐에 사랑의 만남과 헤어짐을 마주대고 있다. 꽃이 피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사랑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 또한 힘들다는 것이다.그런데 이 시에서 보면 '그대가 처음 /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 잊는 것 또한 순간이면 좋겠네'라고 하여 피어남(만남)을 순간이라 한다. 말이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이 말은 헤어진 후 잊지 못하고 가슴아파하는 시간의 길이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읽어야 한다. 전체적으로는 만남보다 헤어짐에 비중을 두어 꽃이 지는 상황에다 임과의 관계변화를 마주 대며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꽃이 지는 것과 임과 이별하는 것이 대비되는데 이러한 이별의 정황은 '멀리서 웃는 그대여 / 산 너머 가는 그대여'에 구체적으로 잘 나타나 있다. '산 너머 가는 그대'는 산을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산을 넘어가는 해다. 지상의 나와 하늘의 해만큼이나 먼 거리가 나타나 있다.완전한 절연이다. 하지만 시적화자는 이미 그렇게까지 멀어진 임을 잊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고 노래하면서 이별의 상황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애틋하게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