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8회에 걸쳐 현재의 양산을 토대로 미래의 양산을 생각해보는 시리즈를 구성했다. 1. 시리즈를 생각하며 : 왜 생태환경도시인가?
2. 생태환경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3. 모범사례 1 : 브라질 꾸리찌바 (30년의 철학적 정비)
4. 모범사례 2 : 쿠바 아바나 (도시농업의 미래)
5. 생태적 체험학습으로 공동체를 구성하자
6. 관광농업은 생태환경도시 양산의 필수조건
7. 도시농업의 육성으로 전국의 눈을 양산으로 끌어오자
8. 시민이 나서고 행정이 밀어야, 거버넌스의 구성 모범사례 2 : 쿠바 아바나 (도시농업의 미래)아바나는 쿠바의 서울이다. 쿠바는 90년대 초 소련의 붕괴와 미국의 경제봉쇄로 인해 경제가 거의 붕괴일보 직전까지 갔다. 우리나라의 IMF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는데, 예컨대 국내총생산액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무역량은 80%가 줄어들었다. 석유 등 생산자재를 살 수 없어 주요 수출품목인 사탕수수를 재배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몰렸다. 석유가 없으니 그나마 농촌에서 지은 농산물도 수송할 수가 없어서 도시민들은 굶주려야만 했다.아바나는 이런 붕괴직전의 상황을 극복하고 전세계적인 대안도시의 모델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막다른 상황에 몰려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기는 하지만 "도시농업의 육성을 발판으로 하는 생태도시의 재구성"이라는 아바나의 재건모델은 위기상황에서 빚어낸 것이라서 더욱 빛난다. 1991년, 처음에는 굶어죽지 않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내 공터에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농약도 화학비료도 없어서 친환경농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다음에는 정부가 도시농업의 중요성을 알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개발하며 지원하기 시작했다. 1994년 아바나시는 "아바나도시농업동호회"라는 도시농업활성화 프로젝트팀을 구성했다. 이 프로젝트팀은 토지확보, 유기재배기술개발, 시민을 위한 기술지도, 퇴비 및 친환경농약의 공급체계 구축 등 다양한 영역의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도시농업이 활성화되면서 식량결핍에 따른 사회불안이 해소됐다. 도시농업이 시작되기 전 쿠바의 식량자급율은 40%에 불과했지만 도시농업을 통해 식량위기에서 벗어났다. 도시농업인구도 계속 확대되어 200만 도시인구 중 19만명이 가족의 먹을거리를 만들기 위해 농지를 빌려 직접 땀흘려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베란다와 옥상은 푸른 색으로 장식되고, 심지어 '길거리에 빈 깡통만 있어도 채소를 심는다'는 우스개소리도 나왔다. 도시민들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건강한 생산자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도시농업을 매개로 도시민들은 자긍심을 회복하고 엄청나게 많은 공동체를 스스로 조직해 냈다는 것이다. 재배기술을 공유하고 어려운 농사일은 함께 나누기 위해 10~20명이 모여 만든 '원예동호회'는 1997년말 926개나 조직되어 1만1천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절도예방을 위해 순찰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기초공공질서를 이들 원예동호회에서 맡았다.도시농업은 생산물뿐만 아니라 쓰레기감량에도 큰 효과를 보였다. 아바나시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는 전부 돼지사료로 쓰거나 지렁이퇴비의 원료로 사용됐다. 쓰레기처리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은 말할 나위 없다. 도시농업의 성과가 기대이상으로 높아지자 아바나시는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도시만들기에 도시농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시켰다. 아바나의 녹지를 더 확대하는 도시녹화사업을 위해 1996년 '나의 녹화계획'을 실시했다. "아바나 전 시민이 한 사람 당 한 그루의 나무를 심자"는 구호 아래 시작된 이 운동은 4년동안 1,23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흙이 없는 도로가에는 화분에 나무를 심기도 했다. 더구나 놀라운 것은 이 시민들이 자기 돈으로 묘목도 구입하고, 심는 것도 스스로 했다는 점이다.'나의 녹화계획'이 성공하자 이제는 도시 중심부에 대규모 녹지공간을 건설하는 '수도공원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환경의식 고취를 통해 하천정화와 삼림 복원을 추진했다. 아바나는 도시농업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로 생태환경도시 건설을 추진했다. 그리고 어떤 단계에서든지 주민들의 참여를 촉구하고 주민의 환경의식 개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다. 그것만이 지속가능한 생태환경도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다. 자족적인 생태환경도시 양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주민들에게 말하게 하고, 참여하게 해야 한다. 현재 양산시농업기술센터가 수행하고 있는 '농심대학'의 확대와 강화는 시민들의 환경의식고취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동시에 관련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시민만나기가 무엇보다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