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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학교와 지역사회..
사회

[교단일기] 학교와 지역사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6/16 00:00 수정 2005.06.16 00:00

어린 시절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면 지역에 있는 작은 학교였다. 역사가 오래되어 할아버지에서 손자까지 동문이다.

한 지역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 학교를 나오다보니 굳이 애교심이나 애향심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

학교의 일이 지역사회의 일이고 지역사회의 일이 학교의 일이었다. 그러다 학교는 폐교되어 지금은 건물만 남아 있다.

가끔, 가는 길에 일부러 그 곳을 둘러보며 어린 시절의 상념에 잠기곤 한다. 학교가 폐교되었을 때, 그 지역의 어른들은 한동안 마음 한 곳이 허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건물만 남아 있는 학교를 보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학교를 다니는 학생일 때는 느끼기 어렵지만 졸업을 하고 나면 학교는 마음의 고향이 되는 것 같다.

교사가 되어 발령 희망지를 적으라기에 양산을 적었고 뜻대로 양산에 오게 되었다. 양산에 오고 싶었던 건 무조건 부산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얼마간은 양산에 온 것을 후회했다. 속으로 한 2~3년 있다가 큰 도시로 가거나 이곳보다 작은 시골학교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학교가 지역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지역사회가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었다. 학교는 지역사회에서 훌륭한 인재를 지역의 학교에 보내지 않아서 문제가 있다고 하고, 지역사회는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이러한 논쟁에서 교사들은 방관자로 남고 학생들은 깊은 열패감을 느껴야 했다.

교사들에게 있어서 양산은 잠시 거쳐 가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했고, 학생들의 경우 상급학교 진학 때 양산에 남아있는 것은 공부를 못 하기 때문이라는 패배감을 짙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교에는 야심에 가득 찬 교사들과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오기로 똘똘 뭉쳐 그들이 가고자 하는 한 길만을 가고 있었다. 다행히 나에게도 그러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옆에 있어 양산을 사랑하게 되었고 양산에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지금 양산에는 새로운 기운이 싹트고 있음을 느낀다. 양산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에게서 그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학교에서도 그렇다. 몇 년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가겠다던 젊은 교사들이 양산에 근무하는 한 열정을 가지고 교육에 헌신하겠다는 모습도 보이고, 양산에서 나고 자라 양산에서 훌륭한 시민으로 살아갈 아이들도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열패감에 사로잡혀 무기력하거나 의기소침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걸 깨달을 때면 힘이 난다.

이런 시기에 학교와 지역사회, 지역사회와 학교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깊이 있게 논의하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를 지역사회의 시설물 중 하나로 생각하고 학교는 시설물을 개방하고 지역 사람들은 그걸 이용하는 정도로 학교와 지역사회의 관계를 규정하는 사람들이야 없겠지만, 구체적 상황 속에서 학교를 시설물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고가 묻어나온다면 참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학교에서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교육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고 지역사회는 학교교육을 지원하는 논의를 적극적으로 시작하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꾸만 생겨나는 학교와 아파트를 보면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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