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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민영의 세상 엿보기] 우리 안의 파시즘..
사회

[박민영의 세상 엿보기] 우리 안의 파시즘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6/16 00:00 수정 2005.06.16 00:00

주말에 방영되는 문화방송 정치드라마 '제5공화국'에서 최근 두 주에 걸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었다.

80년 5월 광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던 젊은 시청자들은 MBC 게시판에서 전두환 씨와 군부독재세력에 대한 경악과 분노를 쏟아 부었다.

정작 내 관심을 끄는 것은 이에 대해 '전사모'(!) 회원들이 나타내는 반응이다.

(전두환 씨에게 팬클럽이 생긴 게 놀라운가? 그다지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조폭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때면 깡패들의 세계를 동경하는 미성숙한 인간들이 나타나게 마련인 것처럼, 드라마 속 정치깡패들이 브라운관에서 벌이는 활약을 지켜보며 이들 후천성교양결핍증 환자들이 환호하는 것도 새삼스러울 게 없다.)

연합뉴스가 소개한 '전사모' 회원의 글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지만 광주 시민들은 왜 까불었나? 처음 공수부대가 갔을 때 집에 가만히 있었어도 저런 일은 없었을 거다."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이 만든 민정당의 계보를 이어온 모 정당 지도부마저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찾아 추도하는 마당이다.

정치인 특유의 쇼맨십에 불과한 광주행일지 모르나, 자신들이 역사에 길이 길이 욕먹을 짓을 했다는 것만큼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광주 시민에 대한 학살 자체를 옹호하는 정신상태를 지닌 이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건 '인간에 대한 예의'를 느낄 줄 아는 다른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문민정부 이후로 정치권력은 군사정권에서 민간정부로 바뀌었지만, 군사문화는 여전히 한국 사회 곳곳에 스며있다.

앞서 언급한 '전사모' 회원이 광주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그런 멘털리티로만 설명이 가능하다.

사실, 군부독재의 습속은 우리 주변 곳곳에 일상적 파시즘의 형태로 남아 있다.

단체와 조직의 이익을 위해 개개인의 신념과 인권에 대한 존중은 무시될 수 있다는 '일사불란주의', 설정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은 덜 중요하다는 '상황윤리' 등은 대표적인 예에 불과하다.

일상적 파시즘은 진보적인 단체나 지적으로 각성된 개인 역시 끊임없이 경계해야 할 군사문화의 어두운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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