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람들이 '교사들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일반인들에게 비춰진 교사의 모습을 통해 교사로서의 삶을 성찰하고 반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사정은 고등학교와 달라 제대로 알기 어렵기에 고등학교의 담임을 맡은 선생님들의 일상을 엿보기로 하자.출근 시간은 거의 아침 7시 30분에서 8시 사이다. 대부분의 담임 선생님들은 이 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 같다. 부산이나 김해 등 학교에서 멀리 있는 곳에 사는 선생님들은 이 시간을 맞추려면 적어도 6시 30분에는 학교로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주차장을 보면 어느 선생님이 빨리 오는지 알 수 있다. 교무실에 들어서서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인터넷이나 신문을 보고 그날의 주요기사를 읽고 교실로 향한다. 이때부터 아이들과의 하루가 시작된다. 교실 여기 저기를 둘러보며 청소도 시키고 늦게 오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다 오면 아침자습을 하도록 분위기 잡고 있다가 어느 정도 분위기가 되면 교무실로 돌아와 하루의 수업 시간표를 보며 수업을 계획하거나 할 일을 챙겨본다.오전 수업은 점심시간 전까지로 한 두 시간이 보통이다. 그러나 1교시보다 2교시나 3교시가 있는 날이 좋은 날이다. 1교시 수업은 여유가 없어서이고 2교시와 3교시는 아이들의 집중력이 가장 좋아 수업하기 좋은 것은 물론이고 여유 있게 점심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자 수업이 없는 시간에 수업을 준비한다. 교재를 보는 사이에 다른 선생님들과의 대화에 끼어들어 토론도 하고 독서도 하고 때로는 아이들처럼 컴퓨터를 즐기기도 한다.오후 수업은 참 어렵다. 5교시와 6교시는 졸음과 나태와 게으름과의 싸움이다. 이 녀석을 깨우고 나면 저 녀석이 딴 짓을 하고 있다. 야단치는 소리가 높으니 자연 목이 잠기는 게 이 시간들이다. 7교시가 있는 날이면 오후는 길기만 하다. 이렇게 정규 수업시간이 지나면 보충수업이다. 하기 싫은 녀석들에게 공부해야 한다고 고함치며 또 한 시간 수업을 한다. 이러고 나면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이나 모두 시들어 버린다. '파김치다!'저녁을 먹고 나면 아이들과 야간자율학습에 돌입한다. 물론 완전 자율적으로 남아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지만, 으르고 달래서 겨우 자리에 앉혀 책을 보게 한다. 아이들은 자율학습을 지도(감독)하는 당번 선생님의 왔다 갔다 하는 소리에 주의하며 공부 외의 다른 일을 만끽하기도 한다.(졸업 후 아이들은 이 시간에 느끼는 스릴을 잊기 어려울 정도로 재미있다고 한다.) 어떤 독한 담임선생님들은 일찍 퇴근도 안 하고 아이들과 붙어 있어 도망도 가지 못한다.야간자율학습이 끝나는 시간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9시에서 10시 사이에 끝난다.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당번을 정해서 하기는 하지만, 많은 담임선생님들이 야간자율학습에 아이들과 함께 한다. 많은 사람들이 '교사들이 잘못하고 있고 그래서 아이들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모두 크게 걱정을 하고 있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맞지 않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