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이 작품은 우리 고장의 빼어난 춤꾼인 이지은(한국무용협회 양산지부장)씨가 안무를 맡은 이지은무용단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반가움과 관심이 더욱 각별했다. 당신이 오셔서 다시 / 천년토록 앉아 기다리라고 / 슬픈 비바람에 낡아가는 / 돌문이 있습니다…양산이 낳은 걸출한 인물인 박제상, 그리고 그의 아내- 이 작품은 신라 충신 박제상과 그를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부인에 대한 이야기를, 사무친 그리움과 기다림을 노래한 조지훈의 시와 접목시켜 현대무용의 서정과 이미지로 빚어냈다.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북소리에 맞춰 펼쳐지는 역동적인 군무가 광활한 대지 위를 몸부림치며 스쳐갈 때, 관객들은 마침내 자산들의 마음 속 닫힌 돌문을 열어젖히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에 볼모로 잡혀있던 두 왕자를 구출하고, 자신은 변절을 마다하여 심한 고문 끝에 죽음에 이르고 말았던 역사의 아픈 상처를 지닌 인물 박제상. 그런 지아비를 향한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치술령 고개에서 먼 바다를 향해 통곡하다 그만 돌이 되고 만 지어미.무대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속까지를 휘젓는 춤꾼들은 망부석의 진실을 몸짓 언어로 써내려갔다.
◆[무욕의 땅] 1987년 3월 경남 유일의 시립무용단으로 창단되어 우리 전통춤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 창원시립무용단의 작품, '무욕의 땅'은 심명(心明), 꿈ㆍ기원, 환희, 무욕의 땅으로 나누어 한국의 전통적 휴머니즘과 민족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세계인의 미적 구조에 다가가는 몸짓과 두드림, 그리고 혼을 펼쳐 보였다. 안무는 창원시립무용단의 상임안무자 김평호씨가 맡았다. 한국적 정서를 주인공의 유연하고 힘찬 동작과 춤사위로 풀어낸 이 작품은 무용극이 지니고 있는 재미와 감동을 한껏 표현했다. 두 작품이 펼쳐지는 동안 숨을 죽이고 무대 위의 몸짓 하나하나를 지켜보았던 관객들은 모처럼의 감동과 흥분에 흥건히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