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휴무일이었던 지난 토요일, 반 아이들을 학교에 나오라 했다. 기말고사를 앞둔 시험공부를 학급 친구들과 도서실에 모여 함께 하라는 이유에서였다. 오전 서너 시간 공부한 뒤 미리 나누어 둔 조별로 가사실습실에서 점심을 만들어 먹게 했다. 재료를 분담해 챙겨온 아이들은 떡볶이, 스파게티, 샌드위치, 볶음밥 등을 직접 만들어 보며 즐거워했다.물론, 가족끼리의 특별한 계획이 있다든지 학원 수업이 당일 오전부터 잡혀 있는 아이들은 나올 필요가 없었다. 다만, 학원 수업 때문에 올 수 없는 아이들은 학원 측의 확인 서명을 받아와야 했다.아이들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확인 서명을 받아 오라 한 이유는 이렇다. 학급 아이들 중 스무 명 가량은 집 주변의 서로 다른 학원에 다닌다. 이 아이들을 가르칠 학원 강사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게다. ‘서명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이 아이는 학급 자율학습에서 빠지는 대신 학원에 가도록 특별히 양해한 거니, 주말 동안 잘 가르쳐 주세요.’ 확인 양식을 따로 정해주지 않은 터라 아이들이 가져온 확인증의 형식은 그들이 다니는 학원의 숫자만큼이나 제각각이었다. 아이들을 늦게까지 붙잡아두기로 유명한 J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연습장 귀퉁이에 담당 강사의 사인을 받아왔고, 학교 바로 앞 S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워드로 작성된 정식 확인증에 학원 관인을 받아 왔다. 또 다른 학원은 당일의 수업시간표 밑에 원장 혹은 강사의 서명을 하여 아이들 손에 쥐어 주었다. 그런데, 그런 확인증들 중 하나가 내 눈길을 특별히 끌었다.어느 학원의 원장 선생님이 자필로 쓴 편지였다. 글씨체나 성함으로 보아 여자 분인 것 같은데, 정갈한 글씨로 쓴 편지 중엔 이런 부분이 있었다. “선생님, 수고 많으십니다. 아무개와 아무개를 주말동안 성심 성의껏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으니 염려 마시고 맡겨주십시오.” 그 글을 읽는 순간, 비록 규모가 크지 않은 보습학원이지만 그곳에서는 성실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원장과 강사 분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겠구나 하는 믿음이 갔다. 공교육의 모든 교사들이 불성실하고 수업 연구를 하지 않는 양 여기는 게 부적절하듯, 사교육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시험 점수에만 관심이 있을 거라 여기는 것도 선입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