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어린이가 되고 싶어하는 환상을 담은 문화 형식들을 통상적으로 ‘키덜트 문화’라고 한다. ‘키드(Kid)’와 ‘어덜트(Adult)’가 합성된 이른바 ‘키덜트(Kidult)’라는 신조어는 20~30대의 성인들이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갖가지 향수들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그 경험들을 다시 소비하고자 하는 현상을 말한다. 키덜트 문화는 이미 영화, 소설, 패션, 애니메이션, 광고 등 소비 문화 전 영역에서 새로운 문화 신드롬으로 확산되고 있다. 키덜트 문화는 성인들이 과거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향수’에 기인한다. 어린 시절의 향수는 생존 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 성인들이 자기 세계에 대한 공포증을 없애기 위해 환상의 세계를 선택하려는 대리만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키덜트 문화는 거꾸로 어린이들의 ‘조기 성인화’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특히 다양한 대중매체를 통해 과거 성인들이 어린 시절에 경험할 수 없었던 문화적 경험을 하는 요즘 아이들은 소비 대중문화의 중요한 소비자로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그들의 소비 욕구는 이제 어른들의 소비 욕구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된 것이다. 문제는 소비 사회에서 키덜트 문화는 문화 자본주의의 확대 재생산을 위한 중요한 장치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키덜트 문화는 아동과 성인의 경계에 서 있으면서 이 양자의 소비 간극을 최대한 좁혀 유사한 소비 패턴을 생산하도록 만든다. 키덜트 문화는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어린이에게는 ‘소유욕’을 키워주는 일종의 철저하게 기획된 소비문화상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