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 몇 해를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마종기 <우화의 강>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여 물길이 트는 느낌이 이런 것이겠지. 맑은 물길이 틀 때까지는 정성이 필요하다. 내가 너를 귀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그 정성이 없이 어찌 수려한 물길을 열 수 있으리. 태어나고 죽는 일은 하나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결과까지의 긴 과정에 사람을 만나는 일이 대부분이니 이 세상에 와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일이 어찌 가벼운 일이 될 수 있으랴.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인생의 행운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일이 싱싱하고 고운 일이 된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시원하고 고운 그대들이여. 오래 오래 변함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