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시가 있는 마을]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회

[시가 있는 마을] 사람이 사람을 만나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6/30 00:00 수정 2005.06.30 00:00

모임이다. 경주에서 온 崔, 金, 부산에서 온 盧, 서울에서 날아온 陣, 통도사에서 나타난 朴.

모두 시를 쓰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동인인 셈이다.

이들 중에 진선생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동인 초창기부터 만나온 사람들이라 정이 더욱 각별하다고 말한다면 나만의 오해일까. 이렇게 오붓하게 만난 건 오랜만이다.

그 중에서도 최 시인은 더 오랜만이어서 다들 반가움이 얼굴에 넘쳐난다. "형님!" 하고 인사하는 후배 시인의 손을 잡는 최시인의 얼굴에 번지는 웃음. 잘 생긴 얼굴에 멋진 미소를 짓는 최시인의 모습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중요한 사안을 두고 회의를 하기 위해 모였지만, 서로가 얼굴을 마주 대하는 즐거움이 크다.

회의가 뭐 그리 중요한 일인가? 다 좋도록 하자고 하는 게 회의인데, 사심을 털어버리고 모두를 위해 더 나은 길을 찾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울 것인가?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니 각자가 생각을 털어놓고 의견을 마무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자신의 모자라는 생각을 다른 사람의 생각을 통해 메꾸고, 내 말이 상대를 부드럽게 설득시킨다.

설득당한다거나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거기에 별달리 자존심을 내세우거나 날을 세워 상대를 공박할 이유도 없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매사를 평화롭게 만든다. 회의는 거의 끝이 나고 술이 몇 순배 돌아가자 긴장이 더 풀리고, 오래 감추어 두었던 이야기도 걸림없이 흘러나온다.

어떤 트릭도 컨셉도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사람들이 나의 친구라고 생각하는 순간 세상은 그리 팍팍하지 않다. 주점 안의 열어 논 방문 밖으로 가끔씩 비가 내리고, 여름밤은 한껏 편안하고 부드럽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 몇 해를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마종기 <우화의 강>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여 물길이 트는 느낌이 이런 것이겠지. 맑은 물길이 틀 때까지는 정성이 필요하다. 내가 너를 귀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그 정성이 없이 어찌 수려한 물길을 열 수 있으리. 태어나고 죽는 일은 하나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결과까지의 긴 과정에 사람을 만나는 일이 대부분이니 이 세상에 와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일이 어찌 가벼운 일이 될 수 있으랴.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인생의 행운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일이 싱싱하고 고운 일이 된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시원하고 고운 그대들이여. 오래 오래 변함없기를.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