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별이 빛나는 한 여름 밤의 시와 노래의 만남>..
사회

<별이 빛나는 한 여름 밤의 시와 노래의 만남>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6/30 00:00 수정 2005.06.30 00:00

아기고래와 푸른 고래들 노래 관객 '환호'
시인 김용택과 함께했던 시간 '재미 솔솔'

 

일찍이 이런 자리가 귀했던 탓일까? 아니면 이 지역 주민들이 시와 노래에 목말라 있었기 때문일까?

25일 저녁 행사가 마련된 개운중학교 운동장, 미리 마련해 놓은 400석 의자가 꽉 차고도 서 있는 관객이 100명은 넘어 보인다.

더욱이 이 관객들이 대부분 입장료 10,000원을 내고 들어온 유료관객이라니 더욱 놀랍다.
 
이날 행사의 1부는 정일근 시인과 함께하는 푸른고래 시노래 콘서트. 시인 정일근, 김용택, 박남준, 김종경, 정호승, 대안스님, 안도현 등의 결이 고운 시들에 아리따운 가락을 붙인 노래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첫 무대는 아가고래들의 순서.
 
파아란 물속에서 보는 하늘은 요술도화지 / 솜털구름 울퉁불퉁 기차 바퀴 되어 굴러가네요 / <중략> / 욜랑욜랑 바람이 찾아와 겨드랑이를 간질이고 / 누나가 다니는 학교 풍금소리에 스르르 낮잠이 듭니다
 
8명의 어린이들이 해맑은 목소리로 정일근 시인의 동시 '낮잠'를 노래하자 어른들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스르르 눈을 감았다. 아기고래들의 노래는 '바위 속 아기고래'로 이어지더니, 무대에는 어른고래인 푸른고래들이 등장했다.

남미경, 최승일- 저마다 독특한 '끼'를 자랑하는 노래꾼들이 김용택, 박남준, 김종경, 정호승의 시들을 흩뿌리고, 시를 노래하는 테너라 해서 '포엠테너'로 불리는 김명재의 '망성리(정일근 시)'와 '향수(정지용 시)'에 이은 앙코르곡 '축배의 노래'가 울려 퍼지면서 여름밤은 깊어갔다.
 
2부 무대에 오른 시인 김용택.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전북 임실군 운암면 마암리 마암분교 2학년 세 명의 담임선생.
얼마 전까지도 네 명이었는데 한 아이가 전학을 가버려 세 명밖에 남지 않았다며 아이들이 전학 갈 때마다 자신의 몸 살덩어리 어딘가가 뚝 떨어져나가는 느낌이라는 전라도 교사시인 김용택이 조근조근 풀어놓는 이야기가 경상도 양산사람들의 가슴 속에 사르르 녹아들면서 무대와 객석은 하나가 되었다.
 
자리를 함께한 모든 이들이 소리를 모아 '섬집아기', '나뭇잎 배', '여름', '일어나', '그대 그리고 나'를 부르고 곧바로 이어진 김용택 시인의 신작동시집 <내 똥 내 밥> 사인회.
시인의 사인을 받으려는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정겹기 이를 데 없었다. 아이들에게 일일이 한 마디씩 건네는 시인의 표정도 마냥 행복해 보였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천성산문학회>의 박극수 회장은 "문학회 창립을 겸한 오늘 행사에 웅상읍 주민들이 이렇게 뜨거운 호응을 보여줘 무척 감격했다"며 "앞으로 이런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져 주민들의 문화향수욕을 채워드리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