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볼일 보고 가는 길에 들릴게” 위의 보기는 ‘들르다’를 써야 할 자리에 ‘들리다’를 잘못 썼다. 이처럼 ‘들리다’와 ‘들르다’는 곧잘 헷갈리는 말이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거치다’를 뜻하는 말은 ‘들르다’이다.
‘들르다’와 ‘들리다’는 아주 다른 말이다. ‘들르다’는 위에 밝힌 것처럼 ‘잠깐 거침’을 뜻하는 말이고, ‘들리다’는 ‘듣다’ 또는 ‘들다’의 피동으로 쓰는 동사다. 이들의 활용형도 다르다. ‘들르다’는 ‘들러, 들러서, 들렀다’처럼 변하고, ‘들리다’는 ‘들려, 들려서, 들렸다’처럼 바뀐다.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들르다]
“퇴근길에 약국에 들러 소화제 한 통만 사 오세요.”
“부산 간 김에 에 동생 집에 들러 조카들이나 보고 와야겠다." [들리다]
“그 친구 하는 짓이 꼭 귀신 들린 사람 같아.”
“여름철에는 수인성 전염병에 들리지 않도록 조심 하여라.”
“형님은 짐을 들려 가지고 가려고 심부름꾼 아이까지 데리고 나왔었다.”(염상섭 - 만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