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이 된 목사가 있다. 서울 대광고 교목실장으로 재직하다 해직된 류상태(49) 씨가 그 사람이다. 그가 해직된 사연은 이렇다. 작년 6월 그 학교 학생이던 강의석 군이 ‘우리나라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데 미션스쿨이라고 해서 학생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예배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강 군은 몰상식한 학교에서 상식적인 판단을 한 죄로 22일만에 제적당했다.류상태 씨는 바른 소리를 한 제자가 쫓겨나는 걸 보면서 침묵할 수 없어, 그 결정이 옳지 않다는 글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렸다. 사실 강 군을 지지하기까지 그는 적잖이 고민했다. 고희를 넘긴 어머니와 전업주부로만 살아온 아내, 그리고 대학생, 고등학생인 두 딸의 얼굴이 눈에 어른거렸다. 가족이 걸리긴 했지만, 그는 용기를 내어 양심의 소리에 따르기로 했다. 그 대가는 해직이었다. 20년 간 학교 교사로만 근무하던 류 씨는 요즘 액세서리 노점상을 하여 하루에 1-2만원, 많으면 4-5만원을 번다. 그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 개인은 행복합니다. 양심에 거리끼지 않으니까요.”강의석 군이 용기 있는 젊은이로 시민들의 격려와 칭찬을 받고, 법원의 유리한 판결로 복학된 뒤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반면, 그 사건과 맞물린 류 씨의 사연은 세인의 관심에서 밀려난 느낌이다. 여하튼, 노점상이 된 목사의 마음 속에 사립 재단의 부당한 횡포에 대한 분노와 미움이 아니라 내면의 평화와 떳떳함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그가 진정한 인격자임을 보여 준다.흥미롭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어느 가수는 이 사건이 있긴 여러 해 전 자신의 모교에 대해 류 씨와 비슷한 감정을 표현한 바 있다.
“내가 돈을 받지 않고 모교에 가서 노래를 불러주는 이유? 그 학교가 고마워서 그래. 왜냐하면 나에게 절망을 가르쳐준 학교거든. 철저하게 절망을 가르쳐준 학교거든.”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가수 김광석도 대광고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