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은 공부에 짓눌리고 성적에 부대끼던 학생들에게는 참으로 반갑고 소중한 선물이다. 하지만 방학을 맞아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게 되면 자칫 생활 자체가 헝클어져 퇴폐적이고 낭비적인 습관에 빠져들 수도 있다. 청소년의 탈선행위가 특히 방학기간 중에 두드러지게 많이 나타나는 것도 학교나 학부모의 통제가 헐거운 상태에서 모처럼 주어진 시간과 자유를 제대로 주체하지 못한 데서 빚어진 결과일 것이다.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들쭉날쭉해 지고, 먹고 노는 일에만 젖어버리는 무절제한 시간이 계속되다보면, 나중에 개학을 하고 나서도 쉽게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지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뜻하지 않은 걱정을 안겨주기 십상이다.방학을 알차고 보람되게 보내려면 무엇보다 학생들 스스로 방학기간 나날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방학이 그냥 단순히 놀고 지내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 더 나은 학교생활을 위해 준비하라고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게 하려면 부모들 또한 세심한 관심과 보살핌을 보여야 한다. 어른도 제 자신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은 일이거늘, 하물며 아이들이 어찌 제 일을 제 알아서 척척 해낼 수 있으랴.
그러므로 자녀들에 대한 부모들의 보살핌은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보다는 방학 때 오히려 더 크게 요구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것은 자녀들의 방학생활계획을 부모 중심으로 이끌어 가려해서는 안 된다. 자녀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이 직접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행여 지난 학기에 떨어졌던 과목을 보충한답시고 공부로 아이들을 옥죄고 닦달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방학은 어디까지나 방학이다. 방학 동안에는 학교 공부 때문에 소홀히 했던 취미생활이나 봉사활동, 친구들과 어울리는 츠나 건전한 오락으로 몸과 마음을 튼튼히 하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자녀교육 최대의 적은 무관심이라 했지만, 지나친 잔소리와 참견이 곧 관심은 아니다. 방학동안에 되도록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자녀가 진정 무엇을 원하며, 그들이 괴로워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알아낸다면 이번 방학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알차고 보람 있는 방학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