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을 기다리고 있다. 즐겁고 신나는 여름 방학을 설렌 마음으로 아이들은 기다리고 있다. 수업을 하다 아이들에게 방학을 어떻게 보낼 거냐고 물어보면 산으로, 바다로 가고 싶다고 한다. 가끔 공부하겠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방학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고민이다.아침에 등교할 때 보면 교문 앞에 학원 광고 전단지를 나누어 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최고의 강사진을 모셨고 여름 방학 동안 바짝 공부하면 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한다. 거기에다 기숙학원 광고도 있다. 학교도 수능시험 위주의 보충수업 준비를 한다. 방학 전에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온통 공부에 대한 계획만 세우고 있는 듯하다. 공부에 찌들었으면서도 또 공부에 대한 것뿐인가 하는 생각이 드니 벌써 여름이 무덥게만 느껴진다. 방학을 공부만 하고 보내야 한다면 억울하지 않을까 또 생각해 본다.여름방학엔 아이들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 솔직히 나처럼 놀기 좋아하는 교사는 방학 때 자유롭게 놀고 싶다. 모두가 허락만 한다면 반 아이들 모두를 데리고 지구탐험대 노릇을 하고 싶다. 먼 바다로 배를 타고 나가서 집채만큼 높은 파도와 싸우고 고래도 만나고 싶다. 걸어서 서울까지도 가보고 싶다. 배낭 메고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전국을 돌아다녀 보고 싶기도 하다. 그 길에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이 걸었던 강원도 봉평의 길을 걸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그 길에 무수히 많은 산과 들과 내를 지나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아이들에게 이런 상상은 허락되지 않는다. 만약 이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라치면 현실을 모르는 바보가 된다. 대학 가기도 어려운 처지에 이런 짓을 하면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등신이다. 정말 우리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열심히 해야 한다. 지금 청소년기에 꼭 겪고 넘어가야 할 일들을 대학만 가면 다 할 수 있기에 하지 말아야 한다. 삶에 대하여 묻지 말아야 하고, 더욱이 대학을 왜 가야 하는지도 대학을 가서 고민해야 한다. 정말 그렇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잘못이고, 머리를 기르거나 염색을 해도 잘못이고, 수능시험에 나오지 않는 다양한 책을 읽는 것도 잘못이고, 무언가에 도전하고 모험을 하는 것도 잘못이다. 대학을 가는데 필요한 공부 외의 일에 열중하는 것은 모두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