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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민영의 세상엿보기] 정총장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
사회

[박민영의 세상엿보기] 정총장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7/14 00:00 수정 2005.07.14 00:00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새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총장이 되기 전부터 지명도 높은 경제학 교수였다. 조순 전 한국은행 총재의 애제자 출신답게 학문적 실력도 인정받았고, 이른바 성장과 분배에 관한 논쟁에 있어 균형 잡힌 입장을 취하는 걸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보수와 진보 양쪽 진영 모두에서 그는 합리적 경제학자로 인정받아왔다. 특히, 박정희식 개발독재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경제학 교수들에 대한 반감이 강한 시민단체 진영에서는 교수 정운찬에 대한 호감이 각별하였다. 

그런 그가 총장이 된 뒤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일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김민수 미대 교수의 복직 문제에 대한 모호한 태도와 관련이 있다. 김민수는 선배 교수들의 친일 행적을 논문에서 언급한 괘씸죄에 걸려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되고 해직되는 비운을 겪었다. 법원 판결로 복직하기까지, 김교수는 1인 시위를 했고 학생들은 무학점 강의를 들었으며 동료 교수들은 서명 운동을 벌였다. 그런데, 평교수 시절 복직 서명에 동참했던 정운찬은 정작 책임있는 위치에 오르게 되자 모르쇠로 일관하며 버텨, 김교수 사건의 전후를 아는 이들의 실망과 분노를 자아낸 것이다.

이번 서울대 논술고사를 둘러싼 논란에 있어서도 정운찬은 과거의 그를 아는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학생 선발에 있어서의 대학의 자율권과 공교육의 정상화 중 어느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 가치인가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또 상충되는 가치의 우선 순위에 대한 논쟁이 이루어지는 게 건강하고 바람직한 사회라 할 수 있다. 

 정총장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교육부 및 청와대의 방침에 맞서는 ‘항명’에 있지 않다. ‘항명’ 자체는 칭송의 대상도 비난의 대상도 될 수 없다

사실, 서울대라는 ‘이익단체’의 수장으로서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익과 주장을 대변하는 건 자연스럽다. 문제는 그가 대통령까지 직접 나선 공론의 장에 당당하게 나서 서울대 측 입장의 논거를 밝히며 논쟁에 나서지 않는 점이다. 그는 지금 교수협의회 같은 단체를 방패막이로 내세운 채 자신은 뒷전에 숨어 은근슬쩍 언론플레이나 하며 조중동 등의 언론과 강남권, 그리고 대학 진영에서 한껏 ‘주가’를 높이고 있다. 

경제학 교수 출신 정운찬의 처신은, 확실히 자기 주가를 높이는데 ‘경제학’적으로 효과적이나 ‘학자’답지 못하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 어느 관료보다도 더욱 관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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