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공부해서 돈 잘 벌 수 있는 직업은 뭐예요?”
라고 한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답을 몰라 망설이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삼촌은 돈을 많이 벌어보지 못해 모르겠다.”
라고 얼버무리고 말았다.집에 돌아오는 길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개운하지가 않다. 내가 맡은 반에도 이런 질문을 했던 아이가 있다. 고3이라는 녀석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수업시간에 잠만 퍼질러 자고 쉬는 시간이면 펄펄 날뛰는 꼴이 하도 보기 싫어서 야단을 쳤었다. 네가 이렇게 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이렇게 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정신 차려라, 지금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공부하려고 해도 못 한다 등 별의별 얘기를 다하며 훈계를 한참 했다. 속으로 ‘이 정도 야단을 쳤으니 좀 달라지겠지’하고 기대를 했다. 효과가 있었던지 늘 도망치던 야·자 시간에 도망을 치지 않고 붙어 있다. 그래 속으로 ‘이거 효과가 있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야단을 칠 걸’ 하고 생각을 했다. 대견한 생각이 들어 녀석을 관찰해 보니 이 자리 저 자리 옮겨 다니며 아이들과 계속 잡담만 나누다 돌아가 버렸다. 다음 날 불러서 또 야단을 치니, 이 녀석이 하는 말이 가관이다.
“선생님, 공부할 필요 없는데요. 우리 사촌 형은 4년제 대학 나와도 놀고 있어요,”
“야! 그래도 공부해. 하다가 보면 길이 있을 거다.”
“선생님, 저는 공부 안 하고 돈 벌건데요. 공부해도 필요 없잖아요.”
이 말을 들으니, 더 이상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1학기가 지나도 녀석에게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설득할 수 없었다.고3들은 대학의 1학기 수시모집에 응시하느라 바쁘다. 옆에서 학과를 선택하는 과정을 지켜보니 답답하다. 오랫동안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아이들도 보이지만 대체로 깊이 고민해서 준비하고 결론을 내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 귓전으로 ‘선생님, 이 학과에 가면 취직 잘 되나요?’하는 소리만 자꾸 들린다.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너무 좋은 질문이기도 하고 너무 나쁜 질문이기도 하다. 공부의 필요성이나 목적이나 이유에 대하여 물음을 던져놓고 거기에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이해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나 속 시원한 답을 얻기가 너무 어려운 질문이기 때문이다.어른들은 이 질문에 나름대로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를 앉혀 놓고 훈계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아이들에게 내가 아는 정답을 말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 대신에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알려 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스스로를 속이고 납득이 되지 않는 답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이 질문을 자꾸 던져서 힘들더라도 열심히 고민하도록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