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날이 이미 저물었다. 다급해진 나무꾼은 가득히 쌓아 올린 나무 지게를 지고 달리기 시작했다. 지게에 가득한 나무 때문에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산 속에서 밤을 지샐까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쉬지 않고 달렸지만, 점점 더 어두워져 길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어 마음만 더 조급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발길을 재촉하던 나무꾼은 동백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지게는 저만큼 나동그라지고 다리엔 피가 흘렀다. 그래도 나무꾼은 시장에 내다 팔아 목돈을 만질 생각에 아픈 줄도 몰랐다.. 이 정도의 아품은 견딜 것 갔았다. 나무꾼은 아픔도 모른 채 툭툭 털고 일어섰다.그때까지만 해도 나무꾼은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지 못했다.
나무꾼이 걸려 넘어질 때 동백나무 밑둥에 독사가 있었던 것이다. 잔뜩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던 독사는 자기 머리로 넘어지는 커다란 물체를 발견하고 공격을 했었다.
나무꾼은 독사에 다리가 물려 피가 나고 있었지만 나무가지에 긁혀서 나는 피인줄 알았다.
나무꾼은 집에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에 또다시 열심히 달렸다.
그렇게 삽십리 길을 달린 끝에 동네 어귀에 도착했다. 나무꾼의 땀흘리는 얼굴에는 미소가 넘쳐났다.동네에 도착했을 때 뱀꾼을 만났다. 뱀꾼은 피가 흘러내리는 나무꾼의 정강이를 보자마자 독사에 물린 상처라고 일러 주었다. 그리고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 있느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순간 삼십리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온 나무꾼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더 이상 서 있을 힘도 없고 고통이 너무 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다 그 나무꾼은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이럴 땐 정말 모르는 게 약이다. 김시습의 「매월당전」에 있는 내용이다.
남의 약점과 실수도 모르는 게 약이다. 때론 몰라도 될 것들은 모르고 넘어 가는 지혜를 가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