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이냐 활력소냐”
기존의 기초의원들은 “지방자치를 예속화시키고 제왕적 국회의원을 탄생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지역에서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공천을 좌지우지하고, 지방정부에 대한 지방의회의 감시와 견제가 소홀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공직자 후보 경선 제도가 정착돼 있어 국회의원의 독재는 불가능하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열린우리당 한 의원은 “예전처럼 지역구 의원의 지위가 막강하지 않고 지역정계의 세력구도도 자치단체장이나 유력 출마예상자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며 “경선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겠지만 예전 방식의 독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도 사실상 특정 정당에 의해 ‘내부 공천’이 이뤄지고 있다는 현실론과 함께, 정당 책임 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박호성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공천 투명성’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정당공천 금지는 지역주의적 투표행태 개선의 고육지책”이라며 “정당공천은 지역주민 선택의 폭 확대, 정당 정책 차별화·일관성 유지, 선심 정책 방지 등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특히 “투명한 공천 과정을 정착시키면 정당을 중심으로 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능케 한다”며 “지역주민들이 정당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 정당공천제 도입 막전 막후
한편 이렇듯 논란이 되고 있는 정당공천제가 삽입된 과정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다. 연초부터 여당은 “지방자치의 경우 여야 개념이 없고, 공천 비리·국민갈등 조장을 예방하자”며 공천배제를, 한나라당은 “책임정치 구현 및 정당정치의 활성화”를 들어 정당공천을 주장했었다. 이 배경에는 현재 기초단체장·의원들의 다수가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당의 경우 기초단체장·의원들을 무소속화해 영향력을 높이고자 했고, 한나라당은 반대로 소속과 당파성을 분명히 함으로써 이를 차단하겠다는 전략이었다는 것. 그러나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거쳐서 나온 여야 합의안에는 한나라당의 ‘정당공천’ 주장이 확대 수용돼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을 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선 여야의 정략적 선택의 결과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 중선구제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여당과 상대적으로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장악력이 강한 한나라당의 정당공천제 확대 요구가 맞물렸던 것”이라며 “여당도 정당공천이 크게 손해 볼 것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여의도통신=김봉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