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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민영의 세상엿보기]도서관을 나서며.....
사회

[박민영의 세상엿보기]도서관을 나서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7/27 00:00 수정 2005.07.27 00:00

서울에서 나고 자란 아내를 부산의 변두리로 데리고 온 나는 가끔 미안한 마음이 좀 든다.

‘서울공화국’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이 나라는 모든 면에서 서울과 지방의 주거 환경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교통 문제 하나만 예로 들더라도 그렇다. 분당선 등 외곽 노선을 제외하고라도, 지하철이 9호선까지 촘촘히 시내를 관통하는 서울의 대중교통은 지상과 지하를 막론하고 확실히 편리하다. 이따금 아내가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부산은 차가 너무 밀리네” 하고 중얼거릴 때면, 지방 예찬론자로 큰소리 치던 나는 슬그머니 기가 죽기 일수이다.

   그런 내 마음의 주름살을 펴주는 고마운 존재가 바로 집에서 가까운 지역도서관이다. 서울에 거주할 때 우리는 종종 중랑천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구립도서관까지 가곤 했다. 코스모스가 핀 가을 주말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려 간 뒤 원하는 책을 골라 되돌아오는 기분은 즐겁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30분 거리를 자전거로 오가기 어려워, 마을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다닐 수밖에 없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에 비해 버스를 타고 오가는 도서관이란 그 멋스러움이 백분의 일, 아니 백만삼천오백분의 일로 줄어드는 걸 아시는가? 

   그러나, 우리 동네에 자리잡은 도서관은 집에서 입고 있던 반바지 차림 그대로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어슬렁 걸어가도 5분이면 족하니, 어찌 귀향자(歸鄕者)의 마음이 기쁘지 않겠는가? 개관한지 일년 남짓한 신설도서관이라 시설 면에서도 서울의 어떤 지역도서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으니, 나는 도서관에 갈 때마다 아내에게 의기양양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내 돈 들여 지은 도서관인 것 마냥! 

   나는 도서관에서 보게 되는 지역 주민들이 정겹다. 1층 로비에서 진열된 일간 신문들을 읽고 있는 배나온 중년 아저씨들도 반갑고, 유아실에서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젊은 엄마의 모습이 아름답다. 에어컨이 시원한 열람실에 앉아 도서관을 자습실 마냥 오용(?)하는 중고등학생들의 꾀도 귀엽기만 하다. 서가에서 책을 고르는 중년의 주부들, 퇴직한 듯한 노년의 신사들은 다른 장소에서 마주치는 아저씨, 아줌마들보다 품위 있어 보인다. 멀티미디어실에서는 취직 준비에 바쁜 듯한 20대 젊은이들이 헤드폰을 쓴 채 어학공부에 열심이다. 책을 빌린 나는 또다시 흐뭇한 마음으로 도서관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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