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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민영의 세상엿보기] 부끄러움 없는 삶과 염치없는 삶..
사회

[박민영의 세상엿보기] 부끄러움 없는 삶과 염치없는 삶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8/10 00:00 수정 2005.08.10 00:00

버그(bug)라는 영어 단어가 항상 빈대를 가리키는 건 아니다. 그 단어는 요즈음 도청 장치, 즉,?대화를 몰래 녹음하기 위해서 감추어 놓은 아주 작은 마이크라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기술의 발달과 전자 부품의 축소화로 인해 이 도청기들은 대개 문자적인 ‘빈대’만큼이나 작다. 성냥개비의 머리만한 그 장치는 펜이나 담배 속에 감출 수도 있고, 벽이나 천정의 조그마한 구멍 속에 끼울 수도 있으며 심지어 살갗 아래로 집어넣을 수도 있다. 외국 정보기관의 도청기는  아스피린이나 마티니 술잔 속의 올리브로 위장할 정도로 정교하며, 어떤 것은 귀걸이처럼 걸고 다닐 수도 있다하니 대단하지 않은가?

그러나, 내게는 ‘버그’ 즉 최신형 도청 장치의 기술적 탁월함보다 더욱 놀라운 게 있다. 바로 이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소위 X-file에 연관된 모든 이들이 보이는 행동 양식이다.

우선, 이 사건을 통해 부도덕한 정경언(政經言) 유착의 당사자로 드러난 기업과 신문사와 정당은 어떤한가? 이들이 각기 마지못해 사과문이라는 걸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그 기업은 자신들의 치부를 폭로한 방송국을 대형 로펌을 능가하는 자체 법무팀을 동원해 손봐주려는 데 여념이 없고, 그 신문사는 사과문의 수십배 분량으로 도청의 불법성을 부각시키는 기사들로 지면을 도배하고 있으며, 그 정당은 수백억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자신들이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는 기묘한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럼, X-file 사건의 또 다른 관련자들은 어떤가? 도청의 실무를 책임졌던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팀장은 자신이 입을 열면 대한민국에 살아남을 언론이 없다는 식의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자신들이 집권하고 있던 긴 세월동안 정보기관을 통해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무수히 침해했던 모 정당, 자신들이 국정을 맡은 기간에는 불법도청이 없다며 신문광고까지 내었다가 그 말이 거짓말임이 드러난 또 다른 모 정당을 포함해 모든 정치 세력은 서로를 공격하고 헐뜯기에만 여념이 없다. 그들에게 부끄러움이란 없다.

 그렇다면, 반성과 자기성찰일랑 우리들이, 값비싼 ‘버그’를 이용해 남을 도청할 능력도 없고 또 남에게서 도청을 해야겠다고 지목 당할만한 인물도 못되는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 하자. 내가 내뱉는 말과 행동을 그 어떤 누군가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고 해도 크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경건한 두려움(!)을 갖고 살려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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