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가장, 이른바 ‘허즈와이프(Husband+Wife)'가 늘고 있다. 남성들의 조기 퇴직 및 이혼 등으로 여성이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살림만 하던 아내의 역할에서 벗어나 집안 생계까지 책임지는 남편의 역할까지 해내는 여성들이 30, 40대를 중심으로 300만 가구를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남편이 못 벌면 내가 번다’는 허즈와이프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9.5%나 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다섯 가구 중 한 집은 허즈와이프가 먹여 살리는 셈이다. 이혼율이 높아지고 남편의 조기 퇴직으로 주부들이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면서 기존 가족 구성원간의 역할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불량주부’라는 드라마도 허즈와이프를 다룬 것이다. 그러나 가족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에 집안 살림, 자녀 양육까지 떠맡아 본의 아니게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안고 사는 경우가 많다. 최근 여자에게도 문중을 대표하는 종중의 자격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등 여성의 권한이 신장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허즈와이프의 증가는 경쟁을 강요하는 자본주의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유쾌하게 볼 수 만은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