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돌 돌잔치가 끝났다. 이번 광복절이 여느 광복절보다 한층 뜻 깊었던 것은 아마도 북녘에서 온 대표단과 함께 <8ㆍ15 민족대축전>을 벌인 일일 것이다. 광복 60돌은 분단 60돌이기도 하다. 본디 하나였던 남과 북이 서로 등 돌리고 원수처럼 산 세월이 어느새 60년이나 된 것이다. 지난 60년 분단의 세월은 우리 겨레의 삶을 끊임없이 옥죄어 왔다. 남북으로 갈라진 수많은 이산가족들의 슬픔과 아픔이야 일러 무엇 하랴. 그러기에 우리에게 광복은 진정한 광복이 아니었다. 하나여야 할 민족이 둘이 되어 딴 살림을 차리고 있는 마당에 그동안 제가끔 따로 광복을 노래해 왔다는 것은 실로 부끄럽고도 민망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광복 60돌을 맞은 우리의 마음은 더 없이 기껍다. 북측 당국 대표단이 서울로 와서 남북화해와 연대의 몸짓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사당을 방문했다. 또 폐렴으로 입원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 병문안을 하고, 청와대로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했다. 참으로 고맙고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북측 대표단의 김 전 대통령 예방은 5년 전의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이 겹치면서 되면서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이 자리에서 북측의 김기남 단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좋은 계절에 평양에 오시라고 하셨으니 쾌유하셔서 꼭 여사님과 함께 오시라"며 김 전 대통령에게 정중하게 방북초청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도 "거듭된 초청에 감사한다"며 김 위원장의 초청을 받아들였다고 하니 그다지 머지않은 날에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된다. 북측 방문단을 맞은 김 전 대통령이 "6.15가 남북 협력의 출발이었다면 이번은 도약을 기약하는 계기가 아닌가 본다"라고 밝힌 대목도 큰 울림을 남긴다. 올해가 또 을사늑약 100년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남북화합의 <8ㆍ15 민족대축전>이 갖는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그러므로 올해를 통일 원년으로 삼자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린다.그렇다. 남과 북, 재외동포가 어우러져 화해와 공존의 미래를 열어가자며 한마음으로 잔치마당을 벌인 오늘의 이 마음과 이 뜻이라면 통일이 결코 이룰 수 없는 난제가 아니다. 적대와 대결을 접고 화해와 공존의 시대를 열어가자는 공감대가 남과 북에 이처럼 널리 퍼졌던 때가 일찍이 없었으니, 민족대축전 참가자들이 '7천만 겨레에게 드리는 호소문'에서 "진정한 광복은 분단의 극복을 통해 비로소 완성됩니다"라고 강조한 말은 두고두고 곱씹을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