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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따스한 미소가 정겨운 신세대 국수집 할매..
사회

따스한 미소가 정겨운 신세대 국수집 할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8/17 00:00 수정 2005.08.17 00:00
"어려운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

중앙동사무소 근처 깔끔한 외관에 자그마한 국수집이 눈에 들어온다.

국수집 한 켠에는 아담한 벽난로도 보인다. 누구의 손길일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국수집을 들어서자 왼쪽으로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LP 레코드 판 두 장이 나란히 벽에 납작 붙어있다. 그 주위로 보이는 각종 싯귀와 아름다운 글귀들.

이 쯤 되니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어 비빔국수 두 개를 주문하고는 말문을 열어 궁금증 해소를 시도하기에 이른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사진 속의 따님이 하신 건가 봐요?" 레코드 판 사이로 세워져 있는 액자 속의 여자가 그 주인공일 거라고 추측하며.

"걘 이런 거 절대로 못해요. 공부하고 글 쓰는 거라면 모를까. 그래도 시집가니까 지 집은 웬만큼 꾸미고 살데" 자신의 딸을 향한 핀잔엔 왠지 모를 애정이 담뿍 묻어나는 건 왜인지. 딸은 대학졸업을 해 서울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인데 작품성 있는 것들만 써서 흥행은 영 하질 못한다고 하며 못내 섭섭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리고 남편은 부산에서 사회복지단체를 운영하는데 좋은 일 한답시고 월급봉투는 뵈 준 적도 없단다. 얼마 전부터는 20~30만원 씩 생활비를 준다고 신기해한다.
"그래도 원망한 적은 없어요. 전 저대로 이렇게 국수장사하며 생활비를 충당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세월이 훌쩍 흘렀네요"

며칠 전 한눈에도 며칠은 굶은 50대 남자가 물 한 잔 얻어 마실 수 없냐며 가게로 들어왔다. 하도 측은해 보여 밥과 반찬을 내놓았더니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뚝딱 해치웠다고.

"8개월 째 직장을 못 구해 그런 생활을 계속 한다고 하더군요. 기회가 된다면 하루에 5명씩은 제 손으로 따뜻한 밥 한 끼 제공할 수 있는데…."

아담하고 아름다운 국수집에 고운 마음씨를 지닌 할머니의 비빔국수는 집에서 어머니가 해 준 그 국수맛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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