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염색이란 무엇인가? 우리 선조들에게 있어 염색은 애초에는 일부러 의도했던 것이 아니었다. 비 오는 길에 넘어져 바지에 물들었던 황톳물, 오디를 따먹다 옷소매 끝에 묻힌 보라색, 자운영 풀밭에 놀다 엉덩이며 무릎께에 들었던 풀물, 풋감을 따서 된장 찍어 먹다 저고리 가슴팍에 물든 감물처럼 염색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생활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 색을 잘 빨아들여 오래가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매염재를 사용하게 되었고, 더욱 좋은 염재를 찾아서 새로운 염색 방법을 개발해 나간 것을 일러 우리가 오늘날 전통염색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초 서양문명이 들어오고, 일제 식민지 지배를 거치면서 다른 전통문화와 마찬가지로 함께 사라져 버렸던 것을 오늘에 되살리는 데는 몇 몇 선각자들의 남다른 공력이 있어야 했다. 그 중심에 우뚝 선 이가 통도사 성파 큰 스님이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에는 보물 757호로 지정되어 있는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이 전시되어 있다. 1983년도에 통도사 성파 큰스님이 감지금니 사경전을 열었는데, 이 전시가 계기가 되어 성파 스님은 감지를 재현하겠다는 뜻을 세우게 되었다. 감지(紺紙)가 무엇인가? 종이에다 쪽물을 들이면 감지가 만들어지는데 그 종이는 상하지 않으며 옛날 중국에 조공을 올릴 때, 중국에서 원하는 조공품 1위가 바로 감지였다고 한다. 그 쪽빛은 하늘색, 즉 극락의 색이라 하여 그 종이로 조상의 위패를 만드는 것을 중국인들은 영광으로 생각했다고 전한다. 그 종이 위에 금가루로 글씨를 쓰면, 그것도 부처님 말씀을 쓰면 바로 '감지금니사경(紺紙金泥寫經)'이 된다.성파 스님은 감지를 알기는 했지만 그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몰라 그것을 제대로 알아보겠다는 일념을 기울이다 ‘감지’는 쪽이라는 식물에서 염료를 채취해 한지 위에 물을 들이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스님은 쪽염에 대한 연구를 하고 이를 재현하는 데 몰두해 한지에 쪽물을 들인 감지를 재현하고, 옷감에 쪽물을 들이는 염색도 시도해 보고, 이렇게 쪽염색을 하다가 우리 천연염색 재료인 홍화, 치자 등의 초목으로 물을 들이는 방법을 하나씩 터득하여 마침내 천연전통염색의 달인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던 끝에 1996년에 제1회 전통염색문화강좌를 서운암에서 연 것을 시작으로 오늘의 <한국전통염색연구회>가 탄생하고 이 문화강좌가 줄곧 이어지는 동안 이 과정을 수료해 나간 사람들이 약 400명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곳을 거쳐 간 수강생들 중에는 다른 곳에서 염색강좌를 열고, 염색한 옷을 보급하기도 하면서 이를 생활에 응용하고 있는 것이다.현재 <한국전통염색연구회>는 성파 큰스님을 회주로 해 성파 큰스님으로부터 전통염색 비법을 전수 받은 대안 스님이 회장을 맡아 연구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