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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대안 스님을 만나다
사회

대안 스님을 만나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8/17 00:00 수정 2005.08.17 00:00
“마음에 물이 들어지면 그것이 곧 번뇌”

쪽물 염색의 달인으로 불리는 서운암 성파 큰스님의 뒤를 이어 쪽물 염색 대가의 반열에 오른 대안 스님을 만나보았다.

-색이 도대체 무엇인지요?
=본디 색은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반야심경에는 색즉공(色卽空)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색은 곧 공(空)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공이 곧 색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색이 공과 다르지 아니하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은 곧 공이며 공은 곧 색인 것입니다.

알 듯 모를 듯한 말이다. 그러면서 스님은 제주도 동쪽 끝 ‘우도’에서 경험했던 일을 들려준다. 계곡물이 해맑은 청자빛이라 얼른 길어 올려보았더니, 그냥 아무 색도 띄지 않은 말간 물이더라고. 그 청자 빛은 바로 하늘의 빛이었던 것이다.
하늘의 빛깔은 무엇이며 바다의 색은 또 무엇인가? 스님은 말한다.
“하늘에 있는 쪽빛이 바다를 너무 그리워해서 서로 멍이 든 것입니다. 그래서 바다도 시퍼렇고 하늘도 시퍼렇습니다. 너무 그리우면 그렇게 되고 너무 그리우면 끝에서 하나가 됩니다.” 모든 사물의 빛깔이 다 다른 무엇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비로소 제 빛깔을 지니게 된다는 말이다.

-이 바쁘고 분주한 세상에 사람들이 품이 들고 시간이 걸리는 천연염색에 심취하는 것이 자못 신기하게 보입니다만…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60년대 정부가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하면서 우리나라 산업도 대량생산시대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섬유분야에서 소위 ‘다후다’라고 불렸던 화학섬유의 대량생산으로 화학염료가 대세를 이루면서, 우리의 천연염색이 설 자리를 잃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배도 부르고 사는 것에 여유가 생기니 화학염료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것들이 기치는 해악에 대한 해결책을 자연에서 찾아야 한다는 각성을 하게 된 것이지요. 결국은 자연으로 회귀하게 마련입니다.

-전통염색문화강좌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염색이라 하면 물들이는 것을 말합니다만, 물을 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물을 빼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음에 물이 들어지면 그것이 곧 ‘번뇌’가 됩니다. 물들이는 배움을 통해 ‘번뇌’를 벗어던지는 것도 아울러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연에서 채취하는 천연염료도 결국은 생명의 죽임을 통해 얻는 것이지요. 꽃잎이나 줄기, 뿌리를 빻아 색을 얻어내는 일이 ‘노루 피를 빨아먹는 일’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말이지요. 제 목숨을 내주고 아름다운 색깔을 빚어내는 것의 참된 값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 전통문화 보급운동을 통해 곧 인생을 풀어가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대중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다들 너무 쫒기고 있어요. 그래서 너무 모릅니다. 돈, 명예, 컴퓨터… 이런 눈에 보이는 것만 쫒다 보면 깊고 심오한 것을 깨달을 수가 없지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참된 가치를 알아야 삶이 진정 자유롭고 편안해 집니다.

집착을 버려라. 꽃을 보고 꽃을 알아라. 꽃도 있다는 것을 알아라. 사람도 꽃이 될 수 있고, 인연도 꽃이 될 수 있다. 사람과 꽃은 둘이 아니다. 꽃의 얘기를 들어 보아라. 사람하고만 연애를 할 것이 아니라 꽃하고 연애도 해 보아라. 꽃하고 골프도 쳐 보라. 네 마음에 꽃을 피워라…
스님의 입에서는 심오한 말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팔월의 산사는 화사한 색잔치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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