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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여의도통신] "나를 기소하고 싶으면 하라."..
사회

[여의도통신] "나를 기소하고 싶으면 하라."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8/25 00:00 수정 2005.08.25 00:00
촌철살인의 '정치적 수사학'으로 풍자와 야유

이른바 '떡값 검사' 실명 공개의 주인공인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면책특권과 명예훼손 논란의 중심에 서자 비장한 목소리로 던진 말이다. 노 의원은 "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실명 공개 행위가 공익에 반하는 것이거나 국민이 알 필요도 없는 내용을 공개하고 부당하게 사적인 이익을 취한 것이라면 면책특권을 포기하고 스스로 나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겠다"는 말까지 했다.

사실 노 의원은 촌철살인의 '정치적 수사학'을 구사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대가 중의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2004년 총선 기간에 TV토론 단골 논객으로 등장하며 집중 조명을 받기 시작한 그는 당시 네티즌 사이에서 선풍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불판론' 등 수많은 '노회찬 어록'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필자는 지난 8월 3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있었던 한 토론회에서 또다시 노 의원의 '정치 언어의 연금술'을 관전할 기회를 가졌다. 참여정치실천연대가 '우리나라 정당정치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개최한 이 토론회에는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 정해구 등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당대의 논객이 총출동했다. 그날 이들은 연정과 선거구제, 지역주의 등에 대해 논쟁을 벌였는데, 그 중에서도 노 의원의 발언만 골라서 제목과 설명을 붙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겨울외투론: "현재의 선거구제는 봄에 입은 겨울외투와 같다"(정책이나 노선보다 지역구도에 따라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현재의 소선거구제를 비판하며 했던 말).
△모기론: "기후가 영하로 떨어지면 모기가 사라진다"(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환경을 전향적으로 바꾸면 지역주의가 사라진다고 강조하며 했던 말.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지역주의를 피를 빨아먹는 모기에 비유했다).
△손가락론: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손가락부터 씻어라"(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연정 제안은 '손가락'에 불과하고 선거구제 개편이 '달'이라고 해명하자 정면으로 반박하며 했던 말. 순수하지 못한 연정 제안은 오물이 묻은 것과 같은데, 오물이 묻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니 자꾸만 손가락만 보게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 것이다).
△폭탄론: "연정 제안은 떡이 아니라 폭탄이다"(열린우리당은 연정 제안이 떡인 줄 아는 모양인데,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득보다는 실이 많은 폭탄에 불과하다며 던진 말).
△배연정론: "연정에 성공한 사람은 개그우먼 배연정밖에 없다"(과거 정치사에서 연정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며 했던 말).
△미성년자론: "민주노동당과 연정을 하자는 것은 미성년자와 결혼을 하자는 것이다"(원내교섭단체가 아닌 민주노동당을 미성년자에 비유하며 했던 말. 원내교섭단체가 아니면 정보위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을 '미성년자 출입금지'에 비유하기도 했다).

노회찬 어록의 특징은 정치기득권을 향한 통렬한 풍자와 야유에 있다. 논리적이고 직설적인 어법보다는 쉽고도 간결한 비유와 상징적 어법을 선호하는 경향도 엿보인다. 그런 노 의원이 최근 날이 선 직설적 어법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실물 정치가 그만큼 여유를 잃고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징후로 읽는다면 지나친 해석이 될까?

정지환(여의도통신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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