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양산에 발령을 받아 택시를 타고 발령받은 학교로 가자고 했더니, 택시기사가 한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그 똥통학교에 뭐 하러 갑니까?" 양산에 와서 보니 지역마다 이름 난 고등학교가 하나씩 있게 마련인데 이 지역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한 마디로 교육이 낙후되어 있다는 듯한 말을 듣게 되었다. 학교에서 생활을 시작해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참으로 착하고 순박한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패배감과 무력감이 짙게 느껴졌다. 양산에서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인근 대도시로 전학을 간단다. 이렇게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아이들은 그야말로 공부를 못 해서 남은 아이들이라는 열등감을 모두가 갖고 있는 듯했다. 양산의 교육을 말하면 언제나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인재유출'에 관한 것일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양산의 지역성을 들어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듯하기도 하다. 그리고 모두가 공교육에 대하여 믿을 수 없다고 여기는 것도 적극적 해결 방법을 찾지 않은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양산에 있는 고등학교를 보내면 좋은 대학에 보내기 어렵다는 생각이 이유가 된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이유로 대도시로 이사할 생각을 한 번쯤은 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양산에 터를 잡고 양산 지역의 교사로 살아갈 생각을 해보니 양산의 교육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뛰어넘는 일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역의 학교들은 공ㆍ사립 구분 없이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한 명이라도 더 들어오는 것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가 버리는 일은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의 사정대로라면 양산의 교육에 대한 불신감은 씻을 수 없을 것만 같다. 잘 하는 아이들 많이 모아서 가르치는 것과 조금 모자라지만 잘 다듬어서 훌륭하게 기르는 일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잘 하는 아이들 많이 모아서 일류대학이라고 하는 대학에 많이 보내는 학교가 좋은 학교라고 말하고 교육은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면 지금 당장 공부는 좀 모자라지만 조금만 다듬어주면 훌륭하게 자랄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걱정이다.
양산의 교육을 말할 때, 이제 생각을 바꾸어 말했으면 한다. '인재유출'이 심해서 교육이 어렵고 믿을 수 없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더욱 훌륭하게 자랄 수 있는 터전을 제대로 만들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면서 말해야 할 것 같다.
아이들에게 이런 자신감과 포부를 심어주면 어떨까 싶다.
"지금 여기에 있는 너희들은 양산의 주역이 될 사람들이다. 동네 이장에서 시장까지 너희들 중에서 나와야 한다.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