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초등학교 바로 옆 장수녹각삼계탕이란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점심시간이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붐비는 가게 안.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종업원들이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인상 좋아 보이는 가게주인 이태건(48) 씨는 동네 노인 40여 명을 초대해 놓고 이리저리 바삐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어르신들은 모처럼의 푸짐한 삼계탕에 맛난 점심을 드시게 되어 또한 여념이 없어 보인다. "매번 이렇게 잊지 않고 챙겨 주어서 고맙지 뭐. 누가 우리 같은 늙은이들 제 돈 들여서 챙겨주려고 하나. 정말로 너무 맛있고 고마워"올해 여든다섯이라는 김수만 할머니는 손자 같은 이태건 씨가 마냥 고마운 듯 음식이 맛있다고 치켜세운다. "다들 마음은 있지만 어디 이렇게 좋은 일하기가 쉬운가요? 내 이 가게사장은 쭉 지켜봤는데 아주 건실하고 마음 씀씀이가 고와"동중마을 방치임 이장은 흐뭇한 듯 이태건 씨의 자랑을 늘어놓는다."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부끄럽습니다. 가게를 연 지는 4년 쯤 되는데 범어는 제가 태어나 자란 곳이기도 합니다.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해드릴 건 맛난 점심 대접하는 게 가장 좋겠다 싶어 한 것이 벌써 3년째네요. 서로 나누면서 살아가는 것이 사람 살아가는 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 일이니 너무 띄우지는 마십시오"이태건 씨는 꽤나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인터뷰에 응한다. 아름다운 사람에게는 그에 걸맞는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고 했던가. 이태건 씨에게는 딱딱하고 형식적인 냄새가 아닌 마음 푸근해지는 따뜻한 향기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