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 2층 헬스장은 월요일, 수요일만 되면 30석의 의자가 빼곡히 들어찬다. 선생님의 강의에 너무나 집중해 있어 카메라의 셔터가 눌러지는 것에도 결코 아랑곳하지 않는 학생들. 30명 정원에 매번 99.9%의 출석률을 보이는 이 뜨거운 열기의 강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강의인가.오늘은 색깔공부를 하는 날이다.
선생님이 가르쳐 준대로 색연필을 골라 들고 우산모양에 형형색색 이쁜색을 입히느라 여념이 없다. 분홍색을 입히는 순서에서는 분홍색 옷을 입은 이유금(68)할머니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 한 곡조를 뽑는다."연분홍 치마에…."제목은 알 수 없지만 귀에 익은 듯한 노래가 흐르고 할머니들은 색연필을 잠시 놓고 흥얼거리며 박수를 친다. "오데, 배우고는 싶었는데 도저히 사정이 여의치를 않은기라. 동생들 키우고 보살피랴, 밭일 거들랴. 글자가 너무 배우고 싶어가 여기 나왔다 아이가"우윤임(69)할머니는 어린 시절 그렇게 학교에 나가 공부를 하고 싶었단다. 뒤로는 젖먹이 동생을 업고 오른손으로는 콧물쟁이 동생손을 붙들고 그렇게 동네 아이들이 학교 가는 모습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배우고 싶었지만 시대적인 불운이 있었기에, 집안사정이 여의치 않았기에 그들은 그렇게 배우고 싶은 열정을 잠시 뒤로 해야만 했다. 그랬던 것이 세월은 흘러흘러 이제 할머니 소리를 들을 나이.처음부터 이곳에 한글교실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할머니들의 배우고 싶은 열정이 그 당시 이장이었던 이재욱(49)씨의 마음을 흔들었고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 탄생한 것이 바로 지금의 '한글교실'이다."지금은 잘 몰라도 더 마이 배와가 우리 아들내미한테 꼭 편지 쓸끼다. 그게 언제가 될란고 몰라도"라며 활짝 웃는 손금순(63)할머니. 석ㆍ박사학위증이 흔하게 넘치는 지금이지만 책보따리 두르고 학교를 향해 달려가는 그 자체가 너무나 행복이었던, 부러움 그 자체였던 어렵고도 아득한 그 시절이 있었다. 우리 할머니들의 아주 아득한 그 시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