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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주민은 철탑 밑에 살아라?..
사회

주민은 철탑 밑에 살아라?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9/08 00:00 수정 2005.09.08 00:00
이전도면까지 만들었으나 다시 물거품

한전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고 송전탑을 세우다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 8일 법기리 마을회관에서는 마을주민 20여 명과 이장권 도의원, 양정길 시의원, 경남도청 관계자가 자리해 주민들이 요구하는 마을을 가로지르는 송전탑이전과 관련한 주민설명회를 가졌으나 주민들의 쏟아지는 원성을 듣는 것으로 설명회를 마쳐야 했다.

마을을 가로질러 건설되는 65호국도의 위를 지나는 한전의 고압송전선로가 낮아 이를 높이게 된 것이 문제의 발단.

기존에 설치된 송전탑으로 인해 생활에 상당한 불편과 위협을 받아오던 주민들이 다시 설치되는 송전탑 2개를 마을에서 떨어진 산기슭에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인가와 불과 12m 거리를 두고 있는 송전탑은 논에 설치되어 있어 농사에 상당한 지장을 받을 뿐 아니라 비오는 날에는 송전탑에서 전기스파크가 튀는데다 논에서는 감전의 위험을 느끼는 등 주민들은 그동안 송전탑으로 인해 안전에 상당한 위협을 받아왔다.

그런데도 새로 설치되는 송전탑이 예전의 송전탑 바로 옆자리에 설치돼 이왕 새로 설치할 바에 인가와 떨어진 산기슭에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4월 한전에서는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진행중인 공사를 임시 중단하고 송전탑의 이전에 필요한 도면을 작성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전에 필요한 비용.

한전이 경남도에 이전비용을 요구했으나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에 공사를 중단하고 있던 한전이 태풍을 빌미로 송전탑공사를 강행하기로 한 것.

게다가 공사중단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한전의 협박성 통보에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도청관계자는 송전탑 공사를 하기 전에 이전논의가 있었으면 가능할 수도 있었겠으나, 이미 전탑 공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주민들의 송전탑이전 요구는 국도65호 공사와 관련된 부분으로 보기 어렵고 예산을 2중으로 집행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주민들은 "이것이 어떻게 도로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 주민들은 철탑 밑에 살라는 말이냐?"며 반발을 했고, 도청관계자는 "(한전이) 마을사람들 몰래 이미 만들어 놓고 발뺌하기 위해 이제 와서 이전비용 운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장권 도의원의 주선으로 마련된 이날 설명회는 한전측의 관계자 없이 진행돼 더 이상의 진행이 의미가 없어 추석이후 한전측과 도청관계자가 대안을 가지고 주민들과 다시 자리하기로 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설명회를 마치고 한 주민은 "과거에 국가에서 한다고 해서 동의했다. 그런데 이렇게 불편할 줄 몰랐다. 공사를 강행 한다면 철탑 앞에 드러누워 버리겠다"며 결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해 한전 측의 공사강행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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