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학교 급식에 우리 농산물만을 사용하도록 한 전북도의 조례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한 반발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바야흐로 우리의 일상 현실에도 파고들고 있음을 예고한 일로 이에 대한 파장이 클 것이라는 것은 이미 충분히 예견되었던 바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겠다는 소박한 풀뿌리운동조차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그물망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으니, 우리의 아이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노심초사하는 부모들도 절로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판결은 정부가 관련 가트협정을 너무 협소하게 해석해 선의의 학교급식운동에 족쇄를 채웠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전국민주연대와 전국농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1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급식조례 위헌 판결을 규탄하고 위헌판결의 무효화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WTO 회원국 146개국 중 미국ㆍ일본ㆍ유럽연합 등 30여개 국가는 WTO정부 조달협정에서 학교 급식은 예외를 인정받아 ‘내국민 대우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자국농산물 사용’을 명문화해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사실 학교 급식에 자국 농산물을 쓰려는 움직임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의 ‘연방학교급식법’은 최대한 미국 농산물을 구매하도록 하는 이른바 ‘바이 아메리칸’ 규정을 두고 있다. 또 정부 지원을 받아 민간기관이 급식용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을 정부 조달로 보면 통상마찰을 피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렇듯 대응 논리를 개발할 여지가 충분한데도 지레 겁먹은 듯한 정부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실제 통상 마찰이 빚어진다 하더라도 세계무역기구에서 어떤 판정이 나올지는 예단할 수 없다. 학교 급식조례 제정 운동단체들이, 문제는 세계무역기구 규정이 아니라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고 비판하는 것도 다 까닭이 있다. 우리 시는 2003년부터 일부 시의원들이 조례제정을 위한 활동에 나섰으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 6월 <양산시 학교급식 식품비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하고 29일 조례안심사특위의 심의를 거쳐 조례를 확정했다. 이 때 의회는 ‘우리 농산물’을 ‘우수 농수산물’로 표기함으로써 통상마찰과는 일단 거리를 두었지만, 아이들에게 ‘건강한 밥상’을 제공하겠다는 기본 마음가짐은 추호도 흔들림이 없어야 할 터이다. 우리 시의 경우,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충분치 못한 예산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바른 먹을거리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궁극적 목표로 볼 때 현재 책정된 시 예산 100원은(한 끼 기준 2,000원)은 너무나도 미약한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 시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문제와는 상관없이 예산확충방안에서부터 위원회의 구성 등 조례의 본격적인 시행에 더욱 매진해 주기를 바란다. 또한 구체적인 시행과 운영 부분에서 시민단체들과 학부모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