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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고]거장의 숨결 느낀 백건우 피아노 독주회..
사회

[기고]거장의 숨결 느낀 백건우 피아노 독주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9/15 00:00 수정 2005.09.15 00:00
좋은 연주에 화답한 청중 매너도 일품

백건우, 그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곡을 녹음한 피아니스트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과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 녹음으로 이미 디아파종상과 프랑스 3대 음반상을 수상한 경력을 지닌 화려한 연주자인 백건우.

2004년 6월에 안토니 비트가 이끄는 바르샤바필하모닉의 내한 연주 때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국내 팬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얻었던 그를 우리 양산에서 만나 본다는 것은 여간 큰 행운이 아니다.

서양음악사에서 보면 동양인들이 클래식에 발을 들이기에는 그리 쉽지 않은 세계다. 하지만 백건우는 그런 틀을 부셔버린 한국인이다. 이번 양산에서 연주하는 백건우의 공연은 3년간의 세월을 거쳐 완성될 베토벤 피아노 전곡 녹음 대장정의 일환이다.

2005년 8월에 중기 소나타(발매 완료), 2006년에 후기소나타, 2007년 6월에 초기 소나타를 발매함으로써 그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걸 듣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가 이번 녹음에 중점을 둔 사항은 친근한 베토벤이다. 

9월 9일 7시 30분, 연주회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백건우가 무대에 등장했다.
아직 피로가 가시지 않았는지, 무대 조명에 비친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내비쳤다. 지난 9월 5일 경기도 평택에서의 연주에 이어 8일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연주회를 마치고 쉬지도 않고 5시간 이상을 달려와서 9일, 양산에서 연주한 다음날인 10일에는 곧바로 부산에서 공연을 하는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어찌 피곤하지 않으랴.

그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피곤한 기색을 보면서 ‘행여 연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은  공연한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첫 작품인 피아노 소나타 8번[비창]에서 마지막 23번[열정]까지 이어지는 연주를 감상하면서 필자의 생각이 부질없는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그의 연주에는 베토벤의 강렬함과 쇼팽의 아름다움이 한껏 배어 나왔다. 과연 백건우답게 여유 있는 템포가 오히려 딱딱한 베토벤을 더 자연스럽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음이 느껴졌다. 연주는 대가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진한 감동의 순간, 순간이었다.

악장과 악장사이에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는 작은 해프닝이 있기는 했지만, 좋은 연주에 뜨겁게 호응하는 양산시민들의 감상 매너 또한 놀라웠다.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 청중들은 박수를 너무 아낀다고 소문이 무성한데 양산시민들은 이런 평가를 완전히 뒤흔들어 버렸다. 드디어 마지막 작품이 끝난 순간, 누구라 할 것 없이 청중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로 이 거장의 연주에 화답했다. 오랜 기립 박수 끝에 가벼운 앙코르곡으로 마무리를 하며, 이날 연주회는 막을 내렸다.

작은 지방도시라는 이유로 좋은 공연을 볼 기회가 그리 쉽지 않던 터에 이처럼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어서 무척 기분 좋은 하루였다. 좋은 공연 섭외를 위해 항상 노력하는 양산문화예술회관 관계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조태훈 / 인터넷 음악카페 ‘클래식음악감상실’(http://cafe.daum.net/classicmusic)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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