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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학교에서도 논쟁이 필요하다...
사회

[교단일기] 학교에서도 논쟁이 필요하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09/30 00:00 수정 2005.09.30 00:00

벌초를 하러 가서 친척들과 오랜만에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각자 자신이 살아가는 얘기를 하면서 화제는 자연스럽게 경제나 정치에 대한 문제로 옮겨 갔다.

한결같이 나오는 말은 경제가 어려워 벌어먹고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데 지금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정치적인 문제만 일으켜 국민들을 살기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전직 대통령 때가 훨씬 살기 좋았다고도 한다.

정말 먹고 살기 힘들 때, 그 전직 대통령들은 경제를 발전시켜 적어도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상황에서도 그들과 같은 강력한 지도력을 지닌 대통령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과거에 잘못한 일들을 자꾸 들추어내서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말도 있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배우는 사람이라 직접적인 경제활동 현장에 있지 않다는 생각에 대화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 그냥 듣고만 있다가 결국 그 대화를 논쟁의 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과연,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전직 대통령이 훌륭한 지도자였는지는 의문스럽다는 말로 대화에 끼어들어 일(一) 대 다(多)의 논쟁이 시작되었다. 

먹고 살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지만, 정말 그들이 존경받을 훌륭한 지도자들이었는지는 모르겠다는 말에 주변의 사람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그들이 얼마나 국민을 배부르게 했는가를 격앙된 목소리로 항변한다.

차분하고 진지하게 말을 하기보다 흥분해서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논쟁을 계속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슬며시 그 자리를 피했다.
 
요즈음 '맥아더 동상을 철거해야 하는가'로 격렬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전쟁 세대와 전후 세대 간의 논쟁, 또는 보수와 진보 간의 논쟁으로 보이기도 하는 이 논쟁에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도 끊임없이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논쟁은 끝이 없다.
그러나 획일적 사고와 주입식 교육 속에서 절대적인 낡은 권위가 존재하는 한 논쟁은 한낱 소모적 갈등으로만 비춰지고 만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견해를 타당하게 밝히고 남의 의견을 소중하게 경청하는 데서 우리의 이성은 빛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현장에서 보면 학교 구성원 간 논쟁은 그렇지 못하다.

어떤 문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쓸 데 없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거나 지금까지 별 문제 없었는데 굳이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고 비난받기 일쑤다.  이러다 한 해 두 해를 지나면 자신도 모르게 그런 관행에 물들어 문제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사회는 여러 가지 문제로 논쟁 중이다. 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논쟁이 필요하다.
논쟁에 참여하는 것은 삶의 방관자에서 주체자가 되는 귀중한 경험을 갖게 한다.
단순한 말싸움이 아닌 냉철한 이성을 바탕으로 한바탕 논쟁에 뛰어들 수 있도록 어른들이 기회를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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