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회의원 중 지방의 18평 낡은 서민아파트에 사는 이는? 2. 기초/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국회의원을 차례로 역임했으며, 구청장 시절 ‘우수단체장’으로 선정된 적이 있는 이는? 3. 보좌관들과 함께 방을 세내어 살면서 자전거를 타고 국회로 출퇴근한 이는? 4. 총선 당시 이천명에 달하는 무급자원봉사자들의 활동에 힘입어 당선된 이는?위 질문들이 가리키는 의원은 실은 한 사람이다. 민노당 조승수 의원이 정답이다. 말이 나온 김에 위 3번 질문에 얽힌 얘기를 더해 보자. 조승수는 여의도 근처에 방을 얻어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한 대뿐인 자전거는 의원이건 보좌관이건 먼저 잡는 게 임자였다. 어느날 그와 보좌관이 앞뒤좌석에 함께 타는 바람에 낡은 자전거가 망가졌다. 이 사연이 신문에 가십으로 나가자 어느 시민이 찾아와 자전거 5대를 기증하고 갔다. 그에 대한 가슴 훈훈한 에피소드는 부지기수다한마디로 말해, 조승수는 꽤 괜찮은 정치인이었다. 그런 그가 며칠 전 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음식물 자원화 시설’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대책위에서 간담회를 요구했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게 화근이었다. 그러나, 해당 모임에 대한 사전질의에서 선관위는 ‘문제가 없다’고 답했으며, 당일 간담회장에 있던 경찰과 선관위 직원 역시 위법사실이 없다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유례없이 검찰이 나서 그를 기소했고 대법원은 의원직을 박탈했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갑자기 추상같아졌나? 그런 것 같지는 않다.동일한 재판부는 ‘257만원의 금품, 사전선거운동, 사조직 운영’ 관련 의원과 ‘의료법 위반, 집단행동 주도’ 의원에게는 자비와 관대함을 보였다. 오죽했으면, 법사위의 한나라당 의원마저 “말도 안되는 기소에 기가 막히는 판결”이라고 비웃었을까. 의원직을 상실한 개인 조승수에 대해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국감기간 중 술에 취해 음담패설을 퍼붓는 수준의 의원이 버젓이 자리를 지키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그 중 나은 의원이 물러나는 아이러니는 한편의 블랙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