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나눔재단’의 이사장인 조점동 선생이 내 집을 다녀가면서 주고 간 ‘나눔은 행복을 줍니다’란 책을 펼쳐본다. 조 선생이 직접 엮은 70쪽 짜리 이 작은 책에는 내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는 가지가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 중의 이야기 한편이 특히 감동적이다이야기는 간호대학의 한 여학생이 입학한 지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치른 시험으로부터 시작된다. 시험을 잘 풀어나가던 이 여학생은 마지막 문항에서 그만 막히고 말았다. - 우리학교를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 아주머니의 이름은? -‘원 세상에 이런 문제가 어디 있담?’ 학생은 퍽 생뚱맞다 싶은 이 문항 앞에서 속으로 지청구를 해댔지만 다른 학생들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인 듯 했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문항의 답을 적지 못한 채 답안지를 낼 수밖에… 답안지를 다 낸 후에 한 학생이 마지막 문항도 점수에 반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교수는 “물론이지”라는 대답과 함께 다음 말을 이었다. “여러분은 간호사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게 될 것입니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여러분의 각별한 주의와 배려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라도 여러분은 이들에게 먼저 미소를 보내야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야 합니다.” 교수의 대답은 학생들이 나중에 간호사가 된 뒤에도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명강의가 되었을 터이다. 먼저 인사를 건네고 밝은 미소를 보내는 일이 어디 간호사만의 몫이랴. 당장 우리 아파트를 청소해주는 아주머니의 이름부터 알아볼 일이다. 그 이에게도 누구의 엄마가 아닌 자신의 이름이 있을 테니까. ‘사는 곳은 어디며 아들 딸은 몇이나 되는지…’ 내 삶의 터전을 깨끗하게 해 주는 고마운 사람에게 너무 무심했던 내 삶이 부끄럽다.
임인숙 /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