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업계가 '말라카이트 그린 파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1973년부터 화학약품의 사용을 멀리하고 황토를 통한 자연 양식법을 재현해 와 주목받는 양식어장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항생제를 쓸 수 밖에 없는 국내 양식업계 현실에서 황토자연요법으로만 잉어를 키우는 곳, 우정공원 양어장이 통도천과 내원천이 양산천과 만나는 지점인 하북면 용연리에 위치해 있다.우정공원 양어장은 창업자인 류도옥씨의 황토 연구의 결과물이 집대성된 곳이다. 이미 수차례 언론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곳이지만 발암물질인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된 송어, 향어가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류도옥(72)씨는 국내 내수면 양식업 1세대로 황토를 통해 어병을 치유하는 황토자연요법을 평생 연구해 왔다. 이미 '황토의 신비'라는 책을 통해 웰빙시대를 맞아 황토 열풍을 불러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1996년에는 적조피해를 줄이기 위해 류씨의 제안으로 적조 발생 지역에 황토를 살포해 연간 약 800억원대에 이르던 피해를 2~3억대로 줄여 정부로부터 철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류씨가 개발한 황토를 이용한 양어법(우정양어법)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각종 어병을 황토를 이용해 치유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말라카이트 그린은 매염제의 일종이지만 어병을 치유하기 위해 일부 양식업자들이 사용한 약품으로 이동이나 자연적으로 발생한 어류의 상처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50년대 일본식 양식법을 답습해 사용되어 왔다. 황토자연요법으로 잉어를 양식해온 류씨는 이번 말라카이트 그린 파동과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지난 디스토마 파동 때 국내 내수면 양식업계가 큰 타격을 받아 내수면 양식업 자체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양식업 1세대인 류씨에게는 더 큰 걱정이다. 언론이 말라카이트 그린을 주목하자 지난 10일 식약청에 우정공원 양어장에 있는 잉어에 대해 검사를 의뢰해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국내 내수면 양식업의 피해를 걱정하는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열악한 내수면 양식업계에서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지만 결국 국내 양식업이 공멸할 수 있는 길임을 오랫 동안 주장해온 류씨는 착잡한 기분을 감추지 못한다. 가격 경쟁력 때문에 이미 오래 전부터 외래산 치어를 양육해온 양식업계에서 토종 어종을 볼 수 없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우정공원 양어장에서 기르는 잉어들은 직접 치어를 낳아 양육해온 토종 잉어들이다.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 받은 류창협(39)씨는 아버지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유기농 양어법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를 원하고 있다. 류씨는 농산물에 대해서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작물들이 훨씬 높은 가격을 받고 있으면 정작 어류에 대해서는 양식과 자연산이 차별받는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농산물에 대해서는 유기농산물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축산물은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류씨는 오염된 환경에서 생산된 자연산 어류보다 친환경적인 환경요법으로 생산된 양식 어류가 인정받고 제대로 된 가격을 받는다면 국내 양식업계에도 유기농 양어법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현재 두 부자는 치어 방류 사업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점차 국내 토종 잉어가 사라지는 시점에서 우정공원 양어장에서 산란한 치어들을 국내 하천에 방류해 토종 잉어의 멸종을 막는 일을 하길 원한다. '잘 먹고 잘 사는 일'에 관심이 많은 요즘 반평생을 유기농 양어법을 위해 바쳐온 류도옥씨와 아버지의 가업을 잇고 국내 내수면 양식업을 지켜가기 위해 일하고 있는 류창협씨 두 부자의 모습이 말라카이트 그린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양식업에 던지는 교훈은 곱씹어 볼만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