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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여의도통신] 43분만에 감사를 다 했다고?..
사회

[여의도통신] 43분만에 감사를 다 했다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10/14 00:00 수정 2005.10.14 00:00
지방·해외·산하 기관 등 국회에서 멀수록 국감 시간 짧아져

여의도통신은 이번 2005년도 국정감사 기간 동안NGO모니터단(공동대표 김대인)과 함께 “국정감사를 감사한다”는 모토로 정밀 모니터링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 몇가지 논란 거리들이 발견됐다. 우선 지방이나 해외, 산하 기관 등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관심을 덜 받는 곳일 수록 국감 시간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어 불성실 국감 의혹이 일었다. 특히 해외 출장을 떠난 통외통위의 국감은 대부분 3~4시간 밖에 진행되지 않아 ‘비행기 표 값이 아깝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또 연휴를 앞둔 지난달 30일엔 묘하게도 휴양지로 이름난 제주도에 국감이 집중되기도 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 일과시간 보다 빨리 끝내는 국감
여의도통신이 NGO모니터단의 ‘국정감사 일일 보고’(9월 22일~10월6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번 국감 중 보통 일과가 마무리되는 오후 6시 이전에 국감이 일찍 끝나는 경우가 65번이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특히 지방이나 산하 기관 등에 출장 국감을 하는 경우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국방위의 해군본부와 공군본부에 대한 국감은 오전 10시 3분에 시작돼 오후 3시 55분에 종료됐으며, 지난달 29일 교육위 지방2반의 광주교육청 감사는 점심 식사도 하기 전인 오후 12시 40분에 끝나기도 했다. 재경위도 지난달 30일 조달청에 대한 국감을 오후 1시 12분에 마쳤으며,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국감도 오후 4시에 마쳤다.

가장 빨리 국감이 종료된 경우는 지난달 30일 교육위의 제주도교육청에 대한 국감으로 오전 10시 2분에 시작돼 오전 10시 45분에 끝난 것이었다. 물론 그후 현장 시찰이 이어지긴 했지만 43분 걸린 초스피드 국감이었다. 그 다음은 보건복지위의 홍성지방의료원에 대한 감사로 1시간 30분 걸렸고 국방위 감사 1반의 대우조선해양 감사도 1시간 34분만에 마무리 됐다.

◇ 연휴 앞둔 9월 30일에 국감 일정 제주도에 집중돼 ‘의혹’
지난달 30일은 주말과 개천절을 낀 황금 연휴를 앞둔 날이었다. 그런데 마침 이날 관광지인 제주도에서 실시된 국감이 유독 많았다. 행자위가 제주도 및 제주지방경찰청에 대한 현장 감사를 실시했으며, 교육위도 제주도 교육청에 대한 현장 감사를 했다. 뿐만 아니라 과기정위도 제주체신청과 제주지방기상청에 대한 국감을 이날 제주체신청에서 실시했다.

이 때문에 국회 주변에서는 제주도의 골프장과 고급 술집의 예약을 잡기 위해 보좌관들이 동분 서주하고 있다느니, 비행기 티켓이 동이나 국감을 떠났던 의원이 배를 타고 돌아왔다느니 하는 말들이 오가곤 했다.

어쨌건 황금 연휴를 앞두고 하필이면 관광지로 이름난 제주도로 국감 일정을 잡은 점은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옛 속담을 상기시킨다는 지적이다.

◇ 3~4시간 국감 위해 유럽까지 간다?
재외공관에 대한 국감을 떠난 통외통위의 국감 일정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보면 비용 대비 효율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절로 나온다.

즉 짧으면 1시간 40분에서 길어야 5~6시간 진행하는 국감을 위해 비싼 비행기 표를 끊고 며칠을 비행해 해외에 나갈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NGO모니터단이 기록한 통외통위의 국감 일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주터키대사관에 대한 국감은 오후 2시 18분에 시작돼 오후 4시 3분에 끝났다. 1시간 40분 가량의 감사를 위해 터키까지 간 셈이다.

또 지난달 30일 주베트남 대사관에 대한 국감은 오전 10시에 시작돼 오후 12시 14분에 끝났고, 주이탈리아대사관에 대한 10월 4일 감사는 오전 9시 27분에 시작돼 오후 12시 22분에 끝났다.

다른 재외 공관에 대한 국감도 대부분 마찬가지였다. 한편 지난달 28일 주독일대사관에 대한 감사를 마친 의원들은 현장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베를린 장벽과 브란덴브르크문을 관광하기도 했다. ‘현장 국감’이 ‘관광 국감’이 된 셈이다.

여의도통신 김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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