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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K군의 하루
사회

[교단일기] K군의 하루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10/14 00:00 수정 2005.10.14 00:00

2학기 들어 수시모집에 합격한 K군의 하루를 들어봤다.
 
학교에서
[오전]
1교시 수업이 시작되고도 한참이나 지나서야 교실에 들어섰다.
담당 선생에게 몇 마디 야단을 들었지만 잘못했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잠시 후 종이 울린다.
담임이 부른다.
교무실에서 "일찍 오라, 용의복장을 단정히 해라, 이렇게 생활하면 앞으로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겠느냐" 등  한참 훈계를 듣고 교실로 돌아왔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높다랗게 쌓아 논 책 베개에 얼굴을 박고 그냥 잠에 빠져들었다.
달게 자고 있는데 누군가 깨운다.
게슴츠레 눈을 뜨고 보니 3교시 수학선생이다.
왜 자느냐고 묻는데 짜증만 난다.
어차피 필요 없는 시간인데 자게 놔두지 왜 깨우느냔 말이다.
억지로 고개를 들고 칠판을 쳐다보고 있다가 곧 잠이 들었다.

그 다음 시간에도 잔다고 야단을 들었지만 잤다.
애들이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해서 잠이 깼다.
 
[오후]
오전에 잠을 자서 그런지 정신이 맑아졌다.
5교시는 작문 시간이다.
작문선생은 재미도 없고 가끔 웃기는 소릴 하려고 하는데 그게 더 짜증난다.
어휴, 이 시간을 또 어떻게 보내나 궁리를 한다.

옆줄에 앉은 P가 만화를 가져온 것이 생각났다.
다섯 권을 빌렸다.
이거면 오늘 오후시간은 그럭저럭 때울 것 같다.
6교시까지 선생 눈을 피해 만화를 봤다.
2학기 들어 내내 이렇게 해도 크게 문제된 적이 없으니 괜찮다.

청소시간이다.
담임이 청소하라고 야단이다.
대충 청소하는 시늉만 하다 담임이 교무실로 돌아간 뒤 아이들과 오늘 저녁에 뭐 하고 놀 건지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학교 밖에서
[저녁]
PC방에 갔다.
어제도 P와 거의 새벽 2시까지 게임을 했다.
오늘도 그럴 거다.
집에는 야간자율학습하고 독서실 갔다가 왔다고 하면 되니까 야단맞을 일도 없을 거다.
집에서 언제 뭐 하고 왔냐고 물어본 적도 없으니까 신경 쓸 일도 아니다.
오늘도 기분 내키는 대로 놀다 들어갈 거다.
졸업할 때까지 계속 이렇게 될 것 같다.
 
이런 K군을 보고 있자니 할 말이 없다.
스스로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학교에 오는 이유를 모르겠단다.
졸업이나 빨리 했으면 좋겠단다.
수능시험 이후 고3 교실은 빈사상태에 빠질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입시제도가 문제인지 아이들이 문제인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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