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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이주노는 더 이상 '아이' 가 아니다..
사회

이주노는 더 이상 '아이' 가 아니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10/14 00:00 수정 2005.10.14 00:00

댄스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그 장르의 가수(혹은 춤꾼)를 ‘날라리’ 쯤으로 여기는 기성 세대도 90년대 한국 가요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서태지와 아이들’만은 그 실력을 인정해 주는 듯 하다. 그들이 활동한 지도 훌쩍 시간이 지나 세 사람 중 맏형인 이주노는 마흔줄에 접어들었다. 대중에게 고정된 이미지와는 달리 그 그룹의 멤버들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음반 기획 등 연예 사업에서 각기 약진하던 세 사람 중 이주노는 속된 말로 쫄딱 망했다고 한다. 그룹 활동 시절과 이후의 사업을 통해 벌어 모은 40억대의 거액을 최근의 사업 실패로 모두 잃었다는 게다. 수십억대의 재산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나로선 사업이 번창할 때의 성취감과 자신감을 알기 어렵다. 또한, 썰물이 밀려가듯 순식간에 그 돈들이 사라질 때의 당혹감과 비참함도 실감하기 어렵다. 

그래도 그의 상실감과 허탈함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건, 인기와 돈이 사라졌을 때 손쉽게 알코올 의존증이나 마약 중독, 혹은 범죄나 자살 등의 극단적인 길로 빠져든 국내외 다른 연예인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진행자는 오랜만에 TV에 등장한 그에게 이런 날카로운(혹은 천박한!) 질문을 던졌다. ‘성공가도를 계속 달리는 서태지와 양현석에 비해 당신의 성과가 대비되는 걸 어떻게 생각하는가’.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사업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그런 무례한 비교를 당할 리 없다. 어쨌든 이주노는 동생들의 성공을 기쁘게 여긴다고 답한 뒤 진지하게 덧붙였다. “집 크기와 용돈이 좀 줄어들었을 뿐 힘든 생활이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인기와 명성을 얻고 있던 시절, 국내 많은 대학에서는 그의 이름값 만으로 이주노에게 교수직을 제의했었다. 그때 그 제안들을 사양한 이유를 이주노는 진솔하게 말한다. “공부가 싫어 고등학교도 중퇴한 제가 받아들이기는 미안했습니다.” 그는 중국 북경의 어느 대학에서 ‘춤’을 가르치는 자리를 제안 받고서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 받아들였다.

이주노가 가수로서 성공할 꿈을 키운 건, 불행한 가족사로 고생만 하며 살던 어머니를 부양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거액을 잃은 그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씀드린다. “물질적으로는 조금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부자가 되었으니 안심하고 믿고 기다려 주세요.”

사람들 머릿 속에서 댄스그룹 가수란 영원히 ‘아이’ 취급을 당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이주노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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