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사랑하고, 그 사랑하는 음악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을 던져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이 마냥 행복한 그녀가 음악과 첫 만남을 이룬 것은 언제일까?“제가 일곱 살 때 아버지께서 저를 교회에 보내주셨어요. 평생 교직에 몸담고 계셨던 아버지는 크리스천도 아니고 다른 특별한 종교를 가지고 계신 분도 아니었는데 어린 딸을 교회에 보내신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당신은 신앙을 지니지 않으셨지만, 당신의 딸은 신앙 가운데서 아름답게 자라주기를 바라셨던 가 봅니다. 아버지가 저를 교회에 보내주셨던 것은 제 인생에 있어서 더없이 큰 축복이었지요.”어린 승희와 교회의 만남은 곧 승희와 음악의 만남이기도 했다. 교회에 나가자마자 전도사 한 분이 승희를 꿰차고 성악지도를 해 주었던 것이다. 아마도 일곱 살짜리 소녀의 음악적 재능을 꿰뚫어보았던 가 보다.
처음 성악공부로 음악에 눈을 뜬 승희는 자라면서 바이올린과 첼로를 다루는 법도 익혀나갔다. 날마다 노래 부르고 악기를 켜는 신명나고 즐거운 나날이 이어지면서 음악적 기량이 날로 무르익어가는 가운데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미션스쿨인 이사벨 여중ㆍ고를 다닐 수 있었던 것도 꿈 많은 소녀 승희에게는 실로 크나 큰 행운이었다.
이사벨이 자랑하는 ‘무궁화홀’에는 수시로 각종 이름을 단 음악회와 좋은 연주회가 열렸던 것이다. ‘무궁화홀’을 들락날락하면서 미래의 음악가 박승희의 음악적 역량도 그만큼 성숙해져 갔다. 마치 그 때 그 시절의 소녀가 된 양, 아득한 어린 이사벨 시절을 회상하는 그녀의 눈이 빛난다. “이사벨을 떠올리면 유금종 이사장님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제 인생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 분이 한 두 분이 아니지만, 유금종 이사장님은 제가 가장 본받고 싶은 분입니다. 특별한 영성의 소유자이신 유 이사장님은 언제나 뜨거운 신앙과 넘치는 활력으로 주변을 밝게 빛내 주셨는데 부족함이 많은 제가 감히 이사장님의 발자취를 따르려고 했지요. 그 길은 까마득히 멀지만 그래도 그 분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한 저는 항상 행복합니다. 오늘도 전화로 문안을 드렸는데 아주 기뻐해 주셨어요.”음악은 영성을 고양시켜주는 하나님의 선물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녀가 대학선택에서 음악과 신앙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학교를 택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이었다.기독교음악대학을 거쳐 서울신학대학교, 그것은 자신이 한 사람의 음악인이기 이전에 찬양자로 쓰이기를 바라는 한 소녀의 꿈이 펼쳐지는 과정이었다. 대학의 관현악과에서 첼로와 바이올린의 연주기량을 다진 그녀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캐나다로 유학의 길을 떠난다.
캐나다 Summit Pacific College 관현악과에서 그녀는 기악뿐만 아니라 지휘법까지 배워 고국으로 돌아온다. 다음 수순은 연주자로서 지휘자로서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속에 청중들의 갈채를 받는 일. 그러나 그녀는 화려한 무대보다는 하나님의 도구로 쓰이는 길을 먼저 택했다. 이는 일찍이 찬양자를 꿈꾸었던 그녀의 망설임 없는 선택이었다. 부산의 교회에서 음악활동을 하던 그녀가 양산에 온 것은 지난 1994년.“남편 직장 따라 이곳에 와 삶의 둥지를 튼 지도 어느새 11년이나 됐습니다. 양산에 살면서 양산사랑에 빠지다 보니까 좋은 일들이 줄줄이 이어지더군요. 양산중앙교회에서 고르반관현악단을 맡은 것도 그렇고, 교회음악과 학교음악활동을 통해 수많은 좋은 이웃들을 만난 것도 그렇고… 양산은 내게 은혜와 축복의 고장입니다.” 처음 교회음악활동만을 하던 그녀가 학교음악으로 활동영역을 넓힌 것은 교회 울타리 밖에도 자신의 쓰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게 되면서부터다.음악, 그 중에서도 클래식 음악이 우리의 영성을 고양시켜주는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믿고 있는 그녀는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음악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한다.
이는 일류대학입학만을 바라보고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메마르게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어린 아들 딸들에 대한 애틋한 연민의 정에서 비롯된 그녀 나름의 교육관이다. “학교공부가 입시위주로 흘러가고 있지만 그나마 학교에 특기적성교육이 있는 것은 다행입니다. 반드시 나중에 유명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가꾸어가기 위해서는 어린시절부터 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첼로를 켜는 경찰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시장, 플루트를 부는 의사, 피아노를 치는 과학자… 생각만 해도 멋지고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어릴 때 공부밖에 모르는 공부벌레에게는 더 더욱 음악적 감성을 불어넣어 주어야 합니다.”슬하에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었다. 대학생인 아들은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있어 어머니의 뒤를 따르고 있지만,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은 그만 축구에 빠져 집을 떠나 여학생축구팀이 있는 인천의 한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 버렸다. 축구를 하겠다고 떼를 쓰는 딸아이 앞에서 처음에는 난감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해 어쩔 줄을 몰랐다. 더욱이 아이는 바이올린 연주로 각종 콩쿠르에서의 수많은 입상경력을 가지고 있는 터라 아이의 선택은 너무나도 뜬금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언젠가 딸아이가 돌아올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자신처럼 딸아이도 찬양자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가 이루어 질 것을 의심치 않는 것이다. 가르치면서 즐기고 싶고, 이웃과 함께 행복을 나누고 싶은 그녀는 내년에 동아대학교 대학원 ‘컴퓨터실용음악과’에 등록할 예정이다. 음악을 대중 속에 널리 퍼트려 모두의 삶을 기쁨으로 넘치게 하려는 자신의 야심 찬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