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만한 형이 배고픈 동생을 외면할 수 없다' 북한 평양을 둘러본 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필자를 포함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양산시협의회 자문위원 15명은 지난11~12일 2일동안 평양문화유적 참관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다녀왔다.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주최의 이번 행사는 주목적이 11일 저녁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열린 집단체조와 카드섹션을 참관하는 것이었다.경남지역 농민단체, 재야단체 등 200여명으로 구성된 참관단은 인천공항에서 전세기편으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 2일 일정동안 낮 시간은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 옛집 △개선문 △주체사상탑 △동명왕릉 등을 둘러봤다. 인구 250여만 명인 북한 수도 평양은 권력의 심장부답지 않게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정체된 도시, 그 자체였다. 승용차는 거의 없고 버스와 전차 등 대중교통이 승객을 가득 실은 채 운행하고 자전거 이용시민도 많았다.반면 북한이 자랑하는 각종 기념탑과 건물은 체제 우월성, 이념선전을 위해 크고 웅장한 반면 주민들의 아파트는 외곽이 유리문을 달지 못해 뻥뻥 뚫려있는 등 생활상이 남한에 비해 25년 이상 뒤떨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5.1 경기장에서 열린 '아리랑'공연에는 카드섹션에 2만 명, 공연에 8만 명 총 10만 명이 동원됐는데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은 일사불란한 공연에 감탄하면서도 4개월간의 연습에 몰두했을 공연자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북한의 실태로 봐서는 전면전 형태의 남침은 감행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의 전쟁은 경제력이 우선돼야하는데 북한의 경제는 파단이 아닌가.물론 북한이 핵무기 운운하면서 가끔씩 엄포를 놓고 있지만 그것은 자기들의 최소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일 것이다. 동생이 나쁜 짓 자주해 밉다고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말 배고파 죽을 지경이 된다면 더 큰 짓을 저지를지도 모르는데. 북한 방문 평통자문위원들의 고민은 내내 그치지 않았다.
이종국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양산시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