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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무실 환경과 교사의 질..
사회

교무실 환경과 교사의 질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5/10/28 00:00 수정 2005.10.28 00:00

교육은 주체인 교사가 교육 내용이 되는 교재를 사용하여 가르칠 대상인 학생에게 바람직한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교육이란 교사를 통하여 가르침의 내용인 가치를 학생이 내면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육을 통하여 자식이 부모보다 낫고 제자가 스승보다 나은 것을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 하지만 청출어람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에서 교사의 질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나라 초중고 교사의 질은 어느 정도일까.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의 입학 성적으로 보거나 졸업 후 교사로 임용되는 과정을 보면 임용되는 교사의 질은 충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사로 임용된 다음은 어떨까? 세월이 흐를수록 교사 스스로 전문인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교사가 얼마나 될까.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전문인으로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러면 나는 왜 교육전문인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까. 가장 큰 원인은 내 스스로의 내면적 자질에 있겠지만 열악한 교육환경 역시 큰 한 원인이라 생각한다. 그 열악한 교육환경적 원인 중 교사로서의 성장에 장애가 되는 교육환경 중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비좁은 교무실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바로잡는 것은 다른 것을 바로잡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도 적게 들면서 성과를 분명히 볼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 교무실을 한 번 보자. 교실 세 칸 크기의 교무실에 44명의 교사가 연구실 겸, 학생 지도실 겸, 각종 업무 처리 및 휴게실을 겸하여 사용하고 있다. (학년실이나 휴게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교무실이 그런 기능을 다 떠맡아 한다.) 그래서 어느 교사든 조용한 가운데 책을 읽고 수업 자료를 정리할 공간을 확보할 수가 없다. 수업과 수업 사이 대화도 해야 하고 학생 지도도 교사는 교무실에서 해야 한다. 교사 1인이 점유하는 교무실 공간은 가로 140센티미터, 세로 70센티미터 정도의 책상 하나와 그 책상에 달려 있는 의자 하나를 두고 비좁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전부다. 그 책상 위에는 컴퓨터 모니터와 자판, 마우스 패드가 놓여 있다. 그리고 작은 책꽂이가 있어 거기 스물 몇 권 정도의 책이 꽂혀 있어 교재를 펴놓을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일수록 크고 넓은 책상에 보조 책상도 여럿 두고 메인 컴퓨터 화면 외에 여러 개의 보조 컴퓨터를 동시에 다루고 있는 것을 영화 같은 것에서 볼 수 있다. 수준 높은 연구일수록 한 번에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은 많아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큰 소리로 책을 읽는다. / 나는 물끄러미 그 소리를 듣고 있다. / 한 아이가 소리내어 책을 읽으면 / 딴 아이도 따라서 책을 읽는다. / 청아한 목소리로 꾸밈없는 목소리로 / "아니다 아니다!"하고 읽으니 / "아니다 아니다!" 따라서 읽는다. / "그렇다 그렇다!"하고 읽으니 / "그렇다 그렇다!" 따라서 읽는다. / 외우기도 좋아라 하급반 교과서 / 활자도 크다랗고 읽기에도 좋아라. / 목소리도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 한 아이가 읽는 대로 따라 읽는다. // 이 봄날 쓸쓸한 우리들의 책읽기여 / 우리 나라 아이들의 목청들이여.
  김명수의 <하급반 교과서> 전문
 
이 시는 획일화된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여기서 '아이들'은 민중으로 읽을 수 있다. 다른 아이가 읽는 대로 똑 같이 따라 읽는 것은 통제 사회에서의 맹목적 추종을 뜻한다. 아이들의 획일적, 맹목적인 책 읽는 소리를 전체주의적 행태에 견주어 형상화한 것이다.

문학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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